“역사적으로 전쟁, 집단학살, 노예 제도 같은 가장 끔찍한 일들은 불복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복종 때문에 일어났다.”
국가적 폭력 사태나 집단학살이 일어났을 때 모든 가담자는 명령에 따랐다고 책임을 회피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책임을 물었던 1차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 기소된 지도자 24인이 주장한 변론이기도 하다.
이들의 변명은 참작되지 않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21명 중 12명은 사형에 처했다.
그럼에도 지시체계 최하단에서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수행한 사병들과 부사관을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는 논쟁이었다.
강압적 상황에서 명령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일시적으로 자유 의지가 없어지는 걸까?
책 ‘명령에 따랐을 뿐!?’은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명령에 따르는 사람 뇌에서 일어나는 인지신경학적 과정을 밝혔다.
집단학살 및 집단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 원인을 풀어냈다. 또 집단적 폭력에 물들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했다.
인지신경과학자인 저자 에밀리A.캐스파는 “복종하는 사람의 뇌에서 주체의식 즉 책임감 및 공감 능력, 죄책감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과 회로에서 활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주목할 점은 명령을 내릴 때 주체의식이 가장 낮은 명령자가 정신병적 특성을 측정하는 척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즉 정신병적 특성은 사람들이 명령을 내릴 때 주체성을(그러므로 책임감까지) 느끼지 못할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누군가가 자신의 명령에 대한 주체성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할 때 다른 사람에게 더 해로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259~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