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쇼츠가 하나 있다. 배우 권상우(49)가 새 영화 ‘히트맨2′(1월22일 공개) 무대 인사를 하는 영상이다. 권상우는 “저는 여러분들한테 ‘제발 이 영화 봐주세요’ ‘제발 주변에 소문 좀 내주세요’ 이런 약한 말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더니 대뜸 무릎을 꿇는다. 그러면서 그는 “진짜 간절합니다. 진짜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이기고 싶습니다”라고 해 객석을 웃게 한다. 그리고나서 “시즌3에서 만나뵙겠습니다”라며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다.
‘히트맨2’ 개봉을 앞두고 만난 권상우는 어쩌면 이보다 더 솔직했다. 자신을 “전성기가 이미 지나서 중심에서 멀어진 배우”라고 하거나 자기 영화를 “애매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게 자포자기 하는 듯한 발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 진솔함의 요지였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액션을 할 거예요. 몇 살까지 할 거냐고요? 그런 거 없어요. 할 수 있으면 할 겁니다.”
권상우가 영화 ‘히트맨2’로 돌아온다. 2020년 1월에 공개돼 240만명이 본 ‘히트맨’ 후속작이다. 최고의 암살 요원이었다가 웹툰 작가가 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공개됐는데도 꽤나 괜찮은 성적을 냈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더 흥행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상우는 “그래서 후속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그 아쉬운 마음을 담아 복수전을 해보려고요.”
시리즈 영화답게 ‘히트맨2’는 전작과 맞물려 돌아간다. 자기 이야기를 팔아 웹툰 ‘암살요원 준’을 성공시켰지만, 준이 새롭게 시작한 시즌2는 어쩐지 잘 풀리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웹툰에 담긴 사건이 그대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작가 준은 또 한 번 암살요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에도 권상우식(式) 코믹 액션을 맛볼 수 있다. 아내와 딸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보여주는 생활 코미디, 암살요원으로 돌아갔을 때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은 권상우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준호 선배님과 이경이, 슬혜와 함께했던 작업이 정말 즐거웠어요. 또 한 번 해보자고 그랬는데, 그게 실현된 거죠. 정말 감사한 일이죠. 한 명만 안 한다고 하면 못 하는 건데 다들 하겠다고 하니까요. 그 마음이 소중해요.”
최근 국내 영화계에도 ‘범죄도시’를 필두로 시리즈 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권상우는 아마도 시리즈 영화를 두 편 가진 유일한 배우일 것이다. 이번 ‘히트맨’ 시리즈와 함께 ‘탐정’ 시리즈(2015·2018)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껏 나온 시리즈물 모두를 흥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쑥쓰럽긴 해요. ‘범죄도시’만큼 잘된 게 아니라서요.(웃음) 시리즈 영화엔 영화를 키워간다는 성취감이 있어요. 성장하는 영화로 만들어 간달까요. 아직 ‘히트맨2’가 개봉도 안 했는데, 3편에서 어떤 이야기할지 대강 생각해 놓은 게 있을 정도예요. 4편까지는 쭉 가보고 싶은데…그러려면 이번에 잘돼야 해요. 아직까진 액션 연기하는 데도 문제가 없고요. 전 진짜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권상우는 대단한 흥행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 기대가 크진 않을 때 관객 힘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쾌감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런 영화를 “알짜배기”라고 표현했다. “솔직히 요즘 제 영화가 1티어 영화는 아니죠. 저도 중심에서 멀어진 배우고요. 그런데도 관객과 함께 성과를 내는 그 쾌감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입니다. 제 꿈은 500만 영화가 아니라 꾸준히 300만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거예요. 물론 요즘 상황에서 이 숫자도 만만치 않긴 해요.”
최근 권상우 필모그래피는 코믹 액션으로 쏠려 있는 듯한 인상이다. 액션·멜로·코미디·스릴러·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려했던 이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권상우는 코미디와 액션이 결합된 ‘히트맨’류 영화가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옷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같은 장르를 반복하지만 않을 거라고 했다. “다른 것도 해야죠. 준비 중인 것들이 있어요. 조만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권상우에게 ‘검은 수녀들’ 주연을 맡은 배우 송혜교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고 했다. 오랜 기간 활동해오며 이번 설 연휴에 영화로 경쟁하게 된 기분을 물었다. 권상우는 특유의 유머로 답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제가 송혜교씨에 대해서 말하면 그게 기사로 나갈 거 아닙니까. ‘검은 수녀들’ 홍보가 되고요.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할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