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먹으면 왜 더울까?…호기심이 노벨상으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로 데이비드 쥴리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세포·분자약학과 교수와 아르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교수에게 돌아갔다.
고추를 먹고 왜 통증과 뜨거움을 느끼는지와 같은 간단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기초과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상자 중 한명인 줄리어스 교수는 지난 1997년 고추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매운맛과 열, 통증이 하나의 센서에 의해 감지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발견한 이온 채널 단백질 ‘TRPV1’은 온도가 43도를 넘거나 캡사이신이 달라붙으면 통증과 열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몸에서 온도를 느끼는 센서 분자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TRPV1은 지금도 통증 치료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외상으로 캡사이신 유사 물질이 분비되면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의 통증 질환과 작열통이 발병할 수 있다. TRPV1 관련 연구는 약물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TRPV1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신경 통증 자극을 줄여주는 리도카인, 나트륨 채널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스테로이드 등 통증치료제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파타푸티언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기계적 감각과 위치 감각을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했다. 파타푸티안 교수가 발견한 PSO1은 기계적 자극을 알아내는 센서, PSO2는 위치와 자세를 알아내는 센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광국 교수는 이들의 연구 업적에 대해 “이들의 발견으로 감각을 통한 느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만성 통증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제갈동욱 교수는 “두 교수의 업적은 사람의 온도를 느끼는 센서를 만들어 인간생활의 편리함과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데 이용되고, 또 위치 감각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상을 변화시키고 촉진시키는 로봇공학, 가상공학, 컴퓨터공학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추가 가져다주는 매운맛·열감과 같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에 대한 연구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점이 주목할 만 하다.
황응수 서울대 의대 교수(미생물학)는 이날 한국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총) 주최로 열린 2021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굉장히 기초적인 연구에 노벨상을 수여했다는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초의학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희철 고려대 의대 교수(생리학)는 “특정 목적을 갖고 하는 연구도 있지만 이렇게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하는 연구도 있다. 기초연구는 이런 연구를 하게 해 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연구비를 주면 결과를 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기다리지 못한다. 이런 분야를 연구해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된 만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를 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관련 연구에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박병주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노벨상을 선정하는 과정을 보면 1년 전부터 시작한다. 올해 수상자는 지난해 9월부터 신청을 받아서 전 세계 3000명에게 의견을 묻고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9월은 코로나19 백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 전이었다. (mRNA 관련 연구는) 내년이나 후년에 거론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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