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는다는 우리의 ‘명백한 운명’을 추구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화성 개척이라는 과제를 입에 올렸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1기 정부 당시 우주 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정부의 과감한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은 미국의 역사에서 서부 개척과 영토 확장 정신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화성을 비롯한 우주 개척에 보다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우주정책, 보수적→공격적 선회 예고
트럼프 1기 정부는 ‘미국이 우주의 리더로 남을 것’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나, 우주항공 분야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가적 면모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주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주항공 분야는 그 특성상 막대한 예산이 들고, 명확한 성과를 얻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 예산을 감액·동결하려는 예산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우주 개발 핵심 인프라인 국제우주정거장(ISS) 민영화를 언급하는 등 논란을 사기도 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우주 정책에서 가장 큰 변수로 나타난 것이 바로 머스크 CEO다. 민간 중심의 뉴스페이스 시대의 최일선에 서있는 머스크가 우주 개발의 경제성을 입증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승리가 확정된 이후 승리 선언 연설에서 약 4분을 할애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스타십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스페이스X의 핵심 기술·사업을 앞장서서 극찬한 셈이다.
달→화성? 우주개척 경쟁 패러다임 바뀔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취임사에서 ‘화성’이 언급되면서 자연히 머스크 CEO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16년 화성에 사람이 거주 가능한 도시를 건설해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식민지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꾸준히 밟아왔다.
최종적으로 2050년에는 100만명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게 머스크 CEO의 계획이다. 화성의 식민지화를 시작으로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최근에는 화성 등 심우주 탐사용 여객선 ‘스타십’ 시험 발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머스크 CEO를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가 우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지만, 일각에서는 기존의 우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기존의 우주 개척이 달 탐사, 달 자원 확보 등에 초점을 뒀던 것과 달리 곧바로 화성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NASA의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인 달 착륙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그 대상이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였던 지난 2017년 시작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보다 임무가 수년 가량 미뤄졌고, 계속해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인 달 착륙 이후에도 게이트웨이 등 달 기지를 건설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첫 NASA 수장이 우주의 상업화, 우주 개척의 효율화를 중시하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이라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2기 정부가 곧바로 화성 탐사를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 또한 올해 초 “우리는 화성으로 곧장 갈 것”이라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우주 정책도 탄력받나
트럼프 2기 정부가 우주 개척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 파트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그간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 등을 중심으로 NASA와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체결하고 달 착륙선, 우주통신시스템, 우주 생명과학 등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협력을 넓혀왔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뉴스페이스 산업의 영역이 화성까지 확대될 경우 새로운 협업 영역이 추가되거나, 우리 민간 우주 기업에게도 보다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의식한듯 우주항공청도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 한-미 민간우주대화를 개최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우주정책·산업·탐사 등 전반에 걸쳐 민간 우주분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우주 개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산업 생태계를 더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우주청과 국내 산업계의 우주 투자도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