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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尹통신영장 기각→서부지법, 체포·구속영장 발부’…공수처, ‘영장쇼핑 논란’ 자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통신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장 쇼핑’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을 바꿔 다른 영장을 신청한 것 자체를 불법으로 볼 수는 없지만, 공수처가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가 중앙지법에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통신 영장을 청구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앞서 윤 대통령을 체포, 구속하면서 관할 법원이던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판사 성향을 파악해 발부에 유리한 법원을 골랐다며 ‘영장 쇼핑’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공수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인 대통령 관저의 위치를 고려해 서부지법에 청구했다고 설명하며 통상의 절차를 따랐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었다.
그 이후에도 영장 논란은 계속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수처가 중앙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후 서부지법에 재청구했다는 헛소문이 퍼졌다. 공수처는 이같은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던 터라 통신영장 청구가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 측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입장문을 내고 “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대상은 김용현 및 주요 사령관들, 국방부, 계엄사령부, 중앙선관위 등이었다”며 “대통령, 대통령 관저 등 대통령실이 포함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영장 청구 사실은 있지만, 해당 영장은 김 전 장관과 군 주요 장성에 대한 압수수색이었을 뿐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및 관저가 수색 대상으로 포함된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영장에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이유는 내란 혐의를 설명하기 위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을 포함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통신영장에 윤 대통령이 포함된 것은 인정했다.
또 윤 대통령 측은 중앙지법의 영장 기각 사유 중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공수처는 그런 내용은 없었다며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이 중복 청구되고 있어 각 수사기관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해 청구하는 등 조처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과 일부 여권에서는 공수처의 해명에도 관할 법원을 수사 도중에 바꾼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관할이 인정되는 복수의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향후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공수처가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며 절차적 흠결을 남겼다는 반응도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중앙지법에서 기각이 됐더라도 서부지법에서 영장이 정식으로 발부됐으니 향후 절차에 큰 영향은 없다. 구속 또는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될 때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로스쿨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체포 구속에 대해서 사유가 충분하냐는 논란과 서부지법의 관할 문제에 대한 논란이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를 청구했는데, 이같은 사정이 취소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