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내부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출신 보수성향의 황현호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 내에서도 대통령 탄핵이 4대4로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하며 헌재 내부의 긴장된 상황을 전했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헌재 재판을 주재 중인 문형배 재판관의 발언은 재판 진행을 위한 소송 지휘권에 따른 것으로 최종 결론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에서 헌재는 4대4로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으며, 증인 채택 등 주요 실무 협의에서 동일한 4대4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재판관들 사이의 갈등과 긴장감은 식사 자리에서도 드러난다. 황 변호사는 “재판관 8명이 내부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지 않을 정도로 내부 분위기가 경직돼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형배 재판관의 표정이 심리 과정에서 편치 않아 보였다는 점도 내부 압박감을 시사한다.
재판 외적인 정치적 압박도 헌재 내부 분위기를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을 앞두고 ‘퇴임 연장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헌재 내부에서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변호사는 “선임자가 퇴임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은 후임자에게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군대에서 선임이 제대하지 않고 계속 갑질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재판관들 간의 정치적 성향 차이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등 진보 성향 재판관 4명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감이 존재하며, 전국적으로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민주당의 증인 회유 및 구속 절차 위법 논란이 계속되면서 재판관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헌재는 통상 재판관 3인 이상의 합의부 심판제도를 운영하며, 탄핵처럼 중대한 사건에서는 내부 평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다. 고등법원 이하에서는 주심 판사의 의견을 재판장이 따르는 경우가 많지만, 헌재의 경우 9인의 재판관이 동등한 지위를 지니기 때문에 의견 통일이 쉽지 않다. 황 변호사는 “문형배 재판관의 발언과 실제 결론은 다를 수 있으며, 캐스팅보트를 쥔 재판관의 입장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윤곽이 드러났다. 25일 변론 종결 후 3월 초순 첫 평의를 거쳐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일주일 내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찬성 의견이 5명 이하일 경우 평의가 반복되며, 인용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헌재 내부의 이런 혼란 속에서 탄핵 반대 측은 대규모 집회와 지속적인 법리 논쟁으로 헌재에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재판관의 자질 문제와 특정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여부를 부각시키는 전략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탄핵 심판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헌재 내부의 긴장감과 재판관들 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