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받은 사우디 모피·상아 선물, 가짜로 드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받은 예복과 단검 등 선물이 모조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외국 정부로부터 받았던 선물들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2017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로부터 백호랑이와 치타 털로 만든 예복 3벌과 상아로 보이는 손잡이가 달린 단검 등을 선물로 받았다.
백악관의 한 변호사는 모피와 단검을 소유하는 것이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이를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곤 임기 마지막날 해당 선물을 연방총무청(GSA)에 이관했다. NYT는 이 선물들이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에 넘겨지지 않고 GSA에 이관된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백호·치타 털 예복과 상아 손잡이 단검은 USFWS로 이관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USFWS을 감독하는 내무부 대변인 타일러 체리는 “야생동물 조사관들과 특수요원들은 이 예복의 안감이 호랑이와 치타 무늬를 모방하기 위해 염색됐고 보호종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단검에 대해서도 “코끼리 엄니의 재료인 어떤 종류의 치아나 뼈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우디가 이 선물들이 가짜임을 알면서 준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워싱턴 주재 사우디 대사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NYT는 트럼프 정부 시절 구성원들이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추적 중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받았다는 5800달러(약 694만원)짜리 일본 위스키 1병과 다른 국무부 관리가 받은 22캐럿 금화 등을 찾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트남으로부터 도자기와 금화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었으나 그는 자신은 그것들을 받은 적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연방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을 받을 경우 이를 정부 기관에 넘겨야 하
미국 연방 정부지침에 따르면 미국 관리가 외국 관리와의 만남에서 여러 개의 선물을 받는다면 일정 금액 이상은 정부 기관에 이관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소지하고 싶을 경우 재무부에 선물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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