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여 년 전 로버트 스트라우드라는 사람이 살인죄로 연방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허나 그곳에서 사소한 다툼으로 동료죄수를 칼로 찔러 형량이 가중되던 중 또 다시 많은 죄수들이 보는 앞에서 간수를 살해하는 사건으로 사형언도를 받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한 끈질긴 필사의 노력 끝에 윌슨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얻어내 보석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시켰지만 평생 독방으로 살아가는 신세가 된다.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홀로 지내야하는 고독한 나날을 지내던 어느 날 감옥소 뒤뜰에서 상처입고 비에 젖어 떨고 있는 작은 카나리아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자기 방으로 데려다 키우며 벗으로 삼으며 지내는데 카나리아의 고운 울음소리에도 매료된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는 30여 년을 외부와 차단 된 채 홀로 지내는 동안 300여 마리의 새를 키우면서 새에 대한 전문가가 되고 책까지 저술하였는데 학계의 참고 자료가 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새 키우는 장비들을 이용해 만든 술 제조 증류기가 발각되어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로 이송되어 다시 17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거기서 생을 마감한다.
그가 평생을 같이 했던 카나리아는 가금류 중에서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같다고 하여 인간에게 가장 귀여움을 받는 애완용 새다. 허나 이 보다 더 노래를 잘해서 천상까지 감동케 하는 슬픈 사연의 새가 있다.
가시나무 새다. 이 새는 태어나 자신의 둥우리를 떠나는 순간부터 평생을 쉬지 않고 가시나무를 찾아 날아 다닌다. 그러다가 그 나무를 발견하면 가장 길고, 가장 날카로운 높은 가지 끝에 앉아 자신의 가슴 깊이 찔러 넣으면서 느끼는 아픔을 노래한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이 순간에는 온 땅이 숨을 죽이고 이 새의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이 노래는 마침내 천상에까지 닿아 창조주도 들으시고 미소를 지으신다고 한다.
한국영화 서편제에서도 한이 서린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약을 먹여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아버지에게서 희생을 통해 최상을 구하기 위해 비정함도 마다 않는 모습 또한 ‘최상의 것은 가장 큰 고통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전설이 가르치는 희생이다.
이 전설을 모태로 호주 소설가 콜린 맥컬로우가 소설 ‘가시나무 새’를 썼다. 가톨릭 신부 랠프와 젊고 아름다운 여성 매기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 저린 금단의 사랑을 통해 살아가면서 겪어야하는 인간의 고통과 희생, 운명, 욕망과 한계에 대한 깊은 감정, 그리고 종교적 신념 사이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신부는 임종을 앞두고 매기에게 말한다. ‘나의 큰 죄는 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야심에 따라 추기경의 길로 간 거였어. 속으론 알면서도. 가시나무 새의 전설을 얘기해줬었지? 그 새는 죽음이 올 지도 모르는 채 찾아다니다 가시에 찔리지. 허나 우린 잘 알아. 알면서도 찌르는거야’ 그리고 눈을 감는다.
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1980년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 주인공 가톨릭 신부역이 ‘미니 드라마의 제왕’이라 불리던 당시 최고의 스타 리처드 채임벌린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파병돼 2년간 복무한 경험도 있다. ‘쇼군’(1980년 작)의 안진상으로도 나왔던 그가 지난 주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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