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발 금융시장 혼란이 역사적인 폭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1일 다우존스 마켓데이터 분석 결과,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71.82포인트(2.48%) 하락한 3만8170.41에 장을 마감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1932년 이래 최악의 4월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4%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100년간 미국 대통령 취임 초기 주식시장 성과 중 최악의 기록으로 평가된다. S&P 500지수는 이날 124.50포인트(2.36%) 하락한 5158.20에 장을 마쳤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뉴욕 증시는 낙폭을 키웠다. 미국 통화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주 테슬라,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는데 투자자들은 관세 타격으로 이들 기업의 향후 실적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보고 보유 자산을 매도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국채나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증시 폭락 속 국채 금리는 상승세고 달러는 하락세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월에만 0.16% 올랐고, 달러 지수(DXY)는 전날 1% 넘게 하락해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매도가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스콧 래드너는 “이것은 ‘신뢰 상실’ 트레이드의 전형”이라며 “정책 구조 때문에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제에 자본을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방어적 자산들이 부진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에 몰려들고 있다.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3시 45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428.3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03% 올랐다. 금 시세는 장중 온스당 3천430달러선으로 고점을 높이며 최고치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월가 전반엔 증시 급락에 대한 불안 심리가 퍼지고 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주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약세론’ 비율은 8주 연속 50%를 넘었다. 협회는 1987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된 ‘약세 우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