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9일 오렌지카운티(OC) 전역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이면서, 산타아나 연방청사 앞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단속은 최근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서 진행되던 ICE 활동이 OC로 확대된 첫 사례로, 산타아나, 애너하임, 가든그로브 등에서 체포 작전이 동시에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ICE는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산타아나 연방청사 앞에서는 오후부터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모여 “가족을 찢는 이민 단속을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고, 저녁 9시 30분 무렵까지 경찰과의 대치가 이어졌다. 경찰은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일부 시위대는 자리를 지켰고, 이 과정에서 섬광탄과 최루가스가 사용됐으며, 일부 참가자는 체포됐다. SNS에는 경찰이 시위를 ‘불법 집회’로 규정한 뒤 일부 참가자들이 흩어지는 모습, 그리고 체포 장면이 공유됐다.
산타아나통합교육구(SAUSD)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민을 분열시키고 가족을 해체시키는 어떠한 단속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지역사회 지원을 위한 웹사이트와 학교를 통한 정보 제공에 나섰다.
산타아나 경찰과 시 관계자도 공동 성명을 통해 “ICE의 활동 사실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지했다”며 “지역 주민들이 공포와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산타아나 경찰은 현재 ICE와의 협조를 중단한 상태다.
루 코레아 연방 하원의원(민주·OC)은 성명을 통해 “건물 밖에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이 체포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고향인 산타아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교회를 가고 장을 보던 평범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체포되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학교를 함께 다니고,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주민들”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아 의원은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인용하며 “이 같은 불의에는 반드시 평화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LA시장 캐런 배스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급습을 멈추고 이민정책에 대한 권한을 주 정부에 되돌려야 한다”며 연방정부의 강경 단속 기조에 우려를 표했다.
산타아나시는 시 웹사이트(www.santa-ana.org/KYR)를 통해 ‘당신의 권리 알기’(Know Your Rights)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루 코레아 의원 사무실도 법적 조언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LA에서 시작된 이민단속이 OC로 본격 확대되면서, 남가주 전역에서 한인 및 라틴계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