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LA시가 동물원 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LA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찾을 가능성이 있는 동물원의 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22년, 로버트 엘리스는 LA 동물원 조류 극장에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2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5년 1월, LA시는 오랜 갈등 끝에 공식 파트너인 비영리단체 GLAZA(Greater Los Angeles Zoo Assn.)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엘리스는 자신의 기부금을 GLAZA의 법적 방어 자금으로 전환했다.
이번 갈등에서 핵심은 약 5,0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이다. 양측은 이 기금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동물원의 주요 프로젝트, 시설 개선, 전시 공간 공사 등에 사용되는 중요한 자금이다.
GLAZA와 시의 계약은 7월 2일로 종료되며, 이후 동물원의 운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노후화가 심화된 LA 동물원은 현재 1,6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자, 곰, 바다사자, 펠리컨 전시 공간은 심각한 시설 문제로 폐쇄됐다. 마지막 두 마리 아시아 코끼리인 빌리와 티나는 최근 오클라호마의 털사 동물원으로 이송되었다. 연방 정부 기관과 동물원 협회는 기본적인 수리조차 어려운 재정난과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동물원의 방문객 수는 감소 추세다.
2024~25 회계연도에는 150만 명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도보다 약 10만 명 감소한 수치다. 시는 노후 인프라와 폐쇄된 전시관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카렌 위닉 LA시 동물원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처럼 침체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물원은 부활절에는 에그헌트, 크리스마스에는 전구쇼 등 각 시기에 맞게 다양한 이벤트 등을 마련하지만 한 번 보거나 경험하고 나면 두 번은 찾지 않는 똑같은 이벤트 등으로 방문객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벤트를 매번 다르게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특히 전구쇼 같은 경우 동물원 거리에서 하던 것을 동물원 안으로까지 끌고 들어오기도 했다.
GLAZA는 1966년 동물원 개장 이래 주요 파트너로서 기금 모금, 회원 관리, 출판, 자원봉사자 운영 등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시의 예산 담당자는 GLAZA가 동물원의 3,100만 달러 운영 예산 중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부금, 회원비 등을 통한 간접 기여는 상당한 수준이다.
GLAZA 측은 LA시가 자신들이 수십 년간 모은 기금을 부당하게 가로채려 한다고 주장하며, “GLAZA가 자금을 관리하지 않으면 동물원과 동물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동물원 내부자는 데니스 버렛 동물원장이 2019년 부임 이후 권한을 GLAZA에서 회수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GLAZA와의 관계 종료를 희망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전 동물원장 마누엘 몰리네도는 “GLAZA는 동물원을 돕는 대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GLAZA는 시가 자신들이 모금한 기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위험 신호에도 필요한 수리를 미뤄왔다고 반박했다.
2023년, 시는 GLAZA의 역할을 대체할 단체를 찾기 위해 공식 제안 요청을 발표했다.
이에 GLAZA는 제안을 포기하고, 약 5,000만 달러의 기금과 함께 협력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기금 중 일부는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여전히 동물원에 사용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해당 금액은 동물원 측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그러나 GLAZA는 기금 전체의 관리 권한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소유권을 양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법원에 GLAZ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판사는 “GLAZA는 LA 동물원만을 위한 기금 모금만 가능하며, 시의 허가 없이 기금 사용이 불가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GLAZA는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현재 자원봉사자 운영, 회원 프로그램, 후원 관리 등을 맡을 새로운 파트너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SSA 그룹이 회원 관리와 출판을, 슈퍼레이티브 그룹이 후원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기금 모금을 전담할 파트너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리처드 리히텐스타인 전 GLAZA 이사이자 동물원 위원은 “이처럼 재정난에 시달리는 시기에 주요 파트너를 잃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기금 파트너 없이는 세계적 수준의 동물원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동물원협회에 따르면, 전체 인증 동물원의 73%가 비정부 기구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 57%는 비영리단체가, 16%는 영리기업이 운영 중이다.
LA시 역시 과거 민관협력 모델을 검토했으나, 노조와 동물권 단체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카렌 위닉 동물원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운영 구조를 마련해야 할 때”라며 “민관협력은 시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단계에서, LA 동물원은 GLAZA의 역할을 여러 단체에 분산해 위탁하고 있으나, 향후 장기적인 기금 모금 전략은 미정이다.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동물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