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예정된 관세 부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요국에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 전략’으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170개 이상의 나라가 있는 만큼 협정을 일일이 맺는 것보다 각국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며 무역협상과 별개로 각국에 새로운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새 관세율은 10%에서 최대 70%에 이를 수 있고, 실제 부과는 8월 1일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동부 시간 7일 낮 12시부터 미국 관세 서한 혹은 합의를 발송할 것”이라며 발송 대상은 “전 세계 여러 국가”라고 말했다.
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각국에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겠다는 방침은 기존 협상 전략이 한계에 직면하자 이를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100년 만에 최대폭의 관세 인상을 단행하며 전 세계 65개국을 ‘불공정 무역국’으로 지목했다가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90일간 유예를 선언했다. 이후 7월9일까지로 90개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성사된 협정은 3건(영국 중국 베트남)에 불과하고, 그 내용도 불분명하다.
지난주 타결한 베트남과의 무역협정의 경우, 공식 문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베트남을 거쳐 미국에 들어오는 경유 상품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에 베트남 정부가 동의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미국산 모든 제품에 대한 무관세 조항도 예외를 두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상황도 비슷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희토류 자석 등의 수출 규제 완화를 조건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세부 내용은 “비공개 협약”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협의 내용과 달리 중국에서는 여전히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승인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중국이 합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로서 무역협정 체결이 가장 유력한 국가는 인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도와의 무역협정이 성사에 가까워졌다”고 언급했고, S.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다.
다만 인도는 협정이 지연될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준비 중이다. 인도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에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통보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까지 체결된 협정만 보더라도, 미국은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품목별, 국가별 추가 관세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동일 품목에 동일 관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에 정면 반하는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은 떨어뜨리고 거래 비용은 상승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에드워드 올든 외교문제협의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다자주의가 아닌 자국 중심의 새로운 양자·일방주의적 통상 체제를 주도하려 한다”며 “우리는 이미 새로운 무역 질서 속에 진입했고, 그 영향을 해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