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출신의 의사이자 자연치료사인 아놀드 리클리는 햇빛을 질병 치료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는 “물의 효과는 대단히 좋고 공기는 한층 더 좋을 수 있으나, 그중 햇빛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햇빛 좋은 날 침구류를 내다놓은 건, 그만큼 햇빛에 살균작용이 크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건선이나 습진 같은 피부 질환도 햇빛을 쐬게끔 해서 치료해왔다.
햇빛과 햇볕은 모두 태양과 관련된 단어이지만, 의미상 차이가 있다. 햇빛(sunlight)은 태양의 빛 자체를 의미하며, 햇볕(sunshine)은 태양이 내리쬐는 따뜻한 기운을 의미한다.
햇볕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공짜 영양제라고도 불린다. 햇빛을 쬐면 비타민D를 합성해 건강을 유지해줄 뿐 아니라 질병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우리의 몸이 햇빛을 필요로 하는 이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햇빛은 단순히 밝은 날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햇볕은 우리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신체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무분별한 노출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올바른 ‘햇빛 사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1. 비타민 D 합성의 원천
햇볕은 우리 몸이 비타민 D를 스스로 만들어내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자연 자원이다. 비타민D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서 햇빛을 통해 합성하거나, 일부 식품이나 보충제로 채워야 한다. 비타민D는 칼슘과 함께 우리 몸의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호르몬이다. 비타민 D는 뼈 건강은 물론 면역력, 심혈관계,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준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노년층에게 충분한 비타민 D는 골다공증과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칼슘과 인의 대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 골격이 약해지고 점차 뼈가 휘게 되는 구루병에 걸릴 수 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D가 면역 기능과 염증 반응의 균형에 작용할 뿐만 아니라, 유해한 활성산소로부터 뇌신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비타민D 결핍이 심하면 경도 인지 장애 및 치매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2. 기분을 좋게 하는 자연 항우울제
햇볕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안정시키고 우울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계절성 우울증(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은 겨울철 햇빛 부족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예로, 일조량이 많은 계절에는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3. 생체리듬과 수면 조절
햇빛은 우리의 생체시계(서카디안 리듬)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 햇살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시켜 하루의 리듬을 설정해 준다. 반대로, 밤에는 어둠이 멜라토닌 분비를 유도해 자연스러운 수면을 유도한다.
아침에 커튼을 열고 햇빛을 받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
4. 햇빛 속 청색광선
가장 최근 나온 연구에 따르면, 햇빛 속 ‘청색광선’이 인체 면역기능에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부속병원 제라드 아헌 교수팀은 “햇빛은 비타민D 생성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직접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햇빛 속의 청색광선이 인체의 면역기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청색광선은 피부의 가장 바깥면인 표피를 지나 진피까지 도달하는데, 진피 속 T세포는 몸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면역력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햇빛이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피부노화를 촉진한다는 말도 있어 헷갈린다. 햇빛을 건강하게 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햇빛은 얼마나, 어떻게 쫴야 좋은걸까
비타민D를 많이 합성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다.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햇빛을 쬐는 방법은 팔·다리를 내놓고 1주일에 2~3회, 15~20분씩 한낮에 햇빛을 쬐는 것이다. 얼굴은 다른 신체 부위보다 피부 면적이 작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평균적인 것으로 본인의 피부 유형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피부 유형 측정법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햇빛 아래에 1시간 동안 서 있었는데 팔 부위 피부가 분홍색으로 변했다면, 그 시간을 반으로 나눈 시간인 30분이 권장 노출 시간이다. 이렇게 햇빛을 받으면 대략 800~1500IU의 비타민D가 체내에 합성된다. 2010년 한국영양학회에서 지정한 비타민D 하루 권장량은 성인 400IU, 영유아 및 소아는 200IU다.
햇빛, 몸에 좋아도 과하면 독
햇빛이 좋다고 해서 갑자기 많이 쬐거나 여름철 휴가기간에 집중적으로 햇빛을 쬐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햇빛은 피부 탄력 조직인 진피층까지 침투해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파괴시켜 탄력저하 등으로 주름을 초래한다. 또 멜라닌을 증가시켜 피부를 검게 만든다. 특히 여름철엔 과도한 자외선 노출에 대한 피부의 염증 반은인 ‘일광화상’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자신에 맞는 권장 노출 시간을 넘기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노년층은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햇빛 노출은 피하는 게 좋다.
자외선 차단제를 현명하게 이용해야 한다.
유리나 창문을 통한 햇빛
자외선도 파장의 길이에 따라 자외선 A, B, C로 나누게 된다.
자외선 A, B, C 중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하는 것은 자외선 B이다. 자외선 B는 자외선 A에 비해 파장이 짧은데, 유리나 창문에는 튕겨져 나간다. 그래서 유리나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을 통해서는 자외선 B를 얻을 수 없으며, 결국 비타민 D 또한 생성할 수 없게 된다. 자외선 B는 대부분 유리표면에 흡수되어 사람의 피부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반면에 자외선 A는 유리를 그대로 통과하여 우리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즉,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빛, 운전할 때 차 안으로 침입하는 햇빛의 경우 비타민 D 합성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국, 창문을 활짝 열거나 혹은 밖에 나가서 직접 햇빛을 쐬어야 한다.
음식물 섭취를 통한 비타민 D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참치, 연어, 계란 등)이나 대체 건강식품의 섭취를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비타민D가 우리 몸속에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이 여러단계를 거쳐야만 비타민 D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자외선 B가 필요하다. UVB에 노출되어야지만 정상적인 비타민D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 B를 얻기 위해 적절한 시간대에 규칙적인 외부활동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햇볕은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자연의 공짜선물이다. 하지만 이 선물도 ‘적절한 시간, 적절한 양’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이나 점심식사 후 잠깐이라도 햇빛 아래 걷는 습관을 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