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시애틀에서 체포된 20대 한인 여성 리나 장(Leena Chang·24)의 은행 강도 행각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선 집요하고 치밀한 계획과 반복이었다.
지난 1년여간 장씨가 벌인 범행은 모두 9차례에 달하며, 장씨는 수사당국의 수배대상이 된 사실마저 스스로 자랑스러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애틀 경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장은 범행 당시 매번 모자와 선글라스,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크로스백이나 핸드백을 들고 등장했다. 신장 5피트3인치에서 5피트5인치 사이로 추정되는 장씨는 은행 직원들에게 조용히 접근해 현금을 요구하는 쪽지를 건네는 방식으로 강도 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가 손글씨로 쓴 쪽지에는 “총이 있다. 돈을 모두 내놔라. 침묵 경보는 누르지 마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말로 위협하지는 않았다.
2024년 6월 발생한 웰스파고 은행강도 사건부터 은행 6곳이 동일범으로 보이는 여성강도에서 피해를 당했지만 범인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던 수사당국이 사건의 실마리를 쥐게 된 것은 지난 4월, 크라임스탑퍼에 익명의 제보가 접수되면서였다.
이 제보자는 장씨가 자신을 “연쇄 은행강도”라 부르며 FBI 수배 전단에 오른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밝혔다. 또한 장씨는 휴대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자신이 저지른 강도 사건의 무전 녹음을 들으며 ‘그 순간’을 되새긴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12일 매그놀리아 US뱅크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 직후, 경찰은 장이 해당 지역에서 메트로버스에 탑승한 장면을 확보했다. 이후 그녀는 동일한 복장과 소지품을 지닌 채 2시간도 안 돼 자택 인근에 도착했고, 이는 은행 CCTV와 정확히 일치했다.
브린 제이컵슨 킹카운티 검사는, “장씨는 은행을 털고도 경찰을 속여냈다는 사실에 커다란 만족을 느꼈다”며, 자신이 대대적인 수사 대상이 된 것을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은 것처럼 여겼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들어 그녀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고, 위장도 점점 간소해졌으며 범행 간격도 짧아졌으며 익명의 제보를 통해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됐다.
수사당국은 지난 7일, 시애틀 유니버시티 디스트릭트의 자택 인근에서 장을 체포하고 강도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신발, 녹색 가방, 분홍색 지갑, 실물처럼 보이는 에어소프트 총기, 갈색 니트 모자, 현금 1,800달러 이상을 압수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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