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윈 영화촬영 총기사고, 제작진일부 항의 이탈후 발생
미국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이 영화 촬영 도중 제작진이 안심하라며 준 소도구 총기를 발사해 여성 스태프 1명이 숨지고 다른 한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제작진 일부가 근로조건과 제작 여건등에 항의하며 현장을 떠난지 몇 시간만에 일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CNN방송은 22일 촬영중인 영화 “러스트(Rust)”의 제작자이자 배우인 볼드윈이 이 날 뉴멕시코주 세트장에서 총기를 발사해 촬영감독 핼리나 허친스(42)을 명중했으며, 허친스 감독은 헬기편으로 뉴멕시코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AP통신에 따르면 이 비극적인 사건 몇 시간 전에 조감독 데이브 홀스가 소품이 담긴 수레에서 문제의 총을 꺼내 볼드윈에게 주면서 “콜드 건”( Cold gun)이라고 외쳤다. 실탄이 들어있지 않은 상태이며 발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총은 그게 아니었다. 볼드윈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의도하지 않게 총탄이 발사되어 42세의 촬영감독 허친스가 죽고 조엘 수자 감독도 총상을 입었다. 감독은 허친스의 바로 뒤, 목조의 교회 비슷한 세트 건물 안에 서 있었다.
수자 감독도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수사관에 따르면 소품 총기를 사용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하는 도중 발사됐으며 경찰이 발사체가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21일 오후 1시50분경(현지시간)이라고 수사관들이 밝혔다.
“러스트”는 볼드윈, 트래비스 핌펠, 젠슨 애클레스 등이 출연하는 18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서부영화다.
보난자 크리크 목장의 세트장에서 총기사고가 난 뒤 911신고가 쏟아져 들어오자 산타페 지역 9.11 구급통신센터는 사고당시의 자세한 신고내용과 대화 녹음을 발표했다.
영화대본 감독 메이미 미첼은 ” 소품총이 사고로 발사되어 즉시 구급차가 필요하다”고 구급대에 알렸다. “촬영중 오발사고가 나서 모두 달아났고, 나도 현장에서 달아났다”고 말했다. 구급대 수신자는 총에 실탄이 들어있었냐고 물었고 미첼은 “모르겠다. 두 명이 총에 맞아 다쳤다. 총기는 보조감독이 맡고 있는데 오늘 점심 때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나한테 고함을 질렀다. “고 말했다.
AP통신은 제작사와 홀스 조감독, 영화의 무기담당 팀장 한나 구티에레스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고, “러스트”제작사에 남긴 여러 차례의 메시지도 22일까지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법원기록에 따르면 볼드윈이 쏜 총은 구티에레스가 리허설 중 세트건물 바깥에 세워든 수레에 담겨 있었다. 홀스가 볼드윈에게 집어다 준 총은 실탄이 들어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건네준 것으로 수사결과 확인되었다.
발사된 총탄이 몇발인지는 확실치 않다. 구티에레스는 총격후 탄피를 모두 치우고 총을 경찰에 넘겨주었다고 법원 기록에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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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영화촬영에 쓰는 총들은 진짜 총일 경우 실탄이 들어있거나 비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대체로 화약만 들어있고, 불꽃과 폭음이 나지만 위험한 총탄이 실제로 발사되는 경우는 없다.
미첼은 허친슨 촬영감독이 총에 맞았을 때 그녀의 바로 곁에 서 있었다고 AP통신에게 말했다. 미첼은 당장 911에 전화를 걸어 “누구든지, 모두 다 보내주세요. 이 친구는 이제 겨우 감독일을 시작한 사람이예요. 아주 드문, 보기 힘든 인재라구요”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어깨에 총상을 입은 제작감독 수자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의 도움에 감사한다며 허친슨을 잃은 것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처럼 착하고 발랄하고 재능있는 여성이었는데… 한 장면 한 장면 마다 나와 싸워가면서 더 나은 화면을 얻어낸 사람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제작자이며 배우 볼드윈은 “핼리나 허친스의 남편과 아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총격이 가해졌을 때 내가 받은 충격과 슬픔은 형용할 수 없다. 경찰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의 비극이 벌어진 리허설 직전에 세트장에서는 7명의 스태프들이 사고 몇 시간 전에 안전조건 등 작업환경과 여러 문제로 항의하면서 현장을 떠나버린 사실이 남은 제작진들에 의해 확인되었다.
이 다툼은 10월 초부터 시작되었다고 실직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제작진 일부가 말했다.
원래 제작진은 산타페의 커드야드 매리어트 호텔에 묵을 예정이었지만 4일이 지나자 값싼 고요테 호텔로 숙소를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일부 스탭들은 그 곳에 들어가는 걸 끔찍히 싫어했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버라이어티 지도 이 파업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러스트 제작사는 23일까지도 언론의 이메일 문의에 답하지 않고 있다.
제작진들은 코로나19 상황에도 스태프들과 출연진이 목장의 좁은 밀폐된 세트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항의하고 있었다고 AP통신에게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보통 촬영직전에 실시하는 세트장에서의 무기 사용 규칙과 방향에 대한 사전 교육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와 우려가 겹쳐서 7명의 제작진이 자리를 버리고 떠났다. 그 중 한 명은 21일 떠난 일에 대해 “우리는 당장 장비를 챙겨가지고 그 날 아침에 떠났다”고 말했다.
뉴멕시코주 당국은 이 영화제작중 총기 안전관리의 기준이 영화산업 일반에 적용되는 수준과 부합되었는지 여부를 수사중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이스는 이번 총기사고 5일 전에도 볼드윈의 액션 중 우발적으로 실탄 2발이 발사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 총도 역시 실탄이 들어있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사용한 것이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고에 놀란 제작진 한 명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 사실 오발사건은 총 3건이다. 이건 너무나 위험하다”며 그런 사실을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무기 담당팀장 구티에레스는 헐리우드의 오랜 무기 전문가의 딸로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10대 때부터 아버지로붜 무기 다루는 법을 배워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서부의 목소리”란 팟케스트에 출연해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 올드 웨이’에서 최초로 무기담당 팀장을 맡았다고 얘기했던 베테랑이다.
영화촬영중 총기사고는 1993년 무예계의 전설인 브루스 리(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전 장면의 촬영후 총에 남아있던 실탄 때문에 이에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다. 비슷한 총기 사고는 무대에서도 자주 일어났다. 실탄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모르고 공포탄을 쏘다 사고가 나는 경우다.
영국의 유명 촬영감독 스티븐 홀에 따르면 그 이후 미국의 촬영장 총기안전 규제는 훨씬 개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위험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은 카메라 뒤에 있는 촬영감독이라고 했다. 배우가 영화관객들을 향해 총기를 정조준 할 때 총구는 카메라를 향하며 카메라와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것을 겨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