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가주 출신의 38세 남성이 최소 세 개의 가명을 사용해 UCLA 도서관에서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희귀한 중국 고문서 수백만 달러 상당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연방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리몬트에 거주하는 제프리 잉은 제이슨 왕(Jason Wang), 앨런 후지모리(Alan Fujimori), 오스틴 청(Austin Cheng) 등의 가명을 사용해 2024년 12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UCLA에서 희귀 문서들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문서들은 높은 가치와 희소성으로 인해 일반 대출이 불가능하며, 열람을 위해서는 예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LA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잉은 UCLA 도서관의 비교적 최근 도입된 시스템의 허점을 노렸다. 이 시스템은 신분증 없이도 도서관 카드 신청 및 도서 대출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잉은 고문서들을 여러 권씩 대출한 뒤, 이를 저가의 중국 고서나 빈 책으로 교체해 반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컴퓨터로 출력한 라벨을 이용해 정품처럼 보이도록 조작한 ‘가짜 책’을 만들어 도서관 측을 속였다.
UCLA 동아시아도서관 관장의 문제 제기로 분실 사실이 처음 드러났으며, LA타임즈는 도서관 정책상 열람실에서 특수 컬렉션을 열람할 경우 직원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납된 희귀 도서의 진위를 확인하는 구체적인 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잉은 찰스 E. 영 리서치 도서관의 열람실로 가짜 책이 든 상자를 들고 가 정품 책과 교체한 뒤 그대로 가지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최소 10권의 도서가 도난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일부는 한 권당 274달러에서 최대 7만 달러에 이르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6권은 제이슨 왕 명의로 대출됐고, 8월 5일에는 오스틴 청 이름으로 또 다른 8권이 요청됐다. 또 다른 가명인 앨런 후지모리는 UC 버클리 도서관에서도 유사한 절도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감시카메라 영상 분석을 통해 이들 가명들이 모두 잉과 연결되었고, 이로 인해 정체가 밝혀졌다.
연방 수사관들은 또 잉이 도난 직후 며칠 내에 자주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도 확인했으며, 이는 책을 해외에 판매하거나 반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8월 6일,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중 체포됐으며, 브렌트우드의 호텔 객실에서는 오스틴 청 이름으로 된 가짜 캘리포니아 신분증과 제이슨 왕·오스틴 청 명의의 도서관 카드 2장이 발견됐다.
잉은 현재 미술품 대규모 절도 혐의로 기소되어 있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의 연방 교도소형에 처해질 수 있다. 도주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 그는 현재 주 정부 구금 상태에 있으며, 곧 LA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정확히 몇 권의 희귀 문서가 도난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당국은 아직 해당 도서들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