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80주년을 맞은 15일, 독립운동의 성지(聖地) 독립기념관이 두 동강 났다. 기념관 안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형석 관장과 국민의힘 인사들만의 ‘반쪽’ 경축식이 열린 반면, 밖에서는 진보단체들이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 집회를 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김형석 관장은 독립기념관 인근에서 자신의 퇴진 요구 시위가 벌어졌지만, 경축사를 통해 자신의 역사적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의 광복은 국민 모두의 것으로 세계인이 함께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통합은 대통령 책임이란 말을 했다”며 ”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바로 국민 통합이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를 이해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국민을 분열 시키는 정쟁의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된다”며 “이젠 역사전쟁을 끝내고 그 바탕 위에 국민 통합을 이루고 진정한 광복의 완성인 통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 관장의 발언은 자신이 ‘뉴라이트 성향’이란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역사의 다양한 해석’과 ‘역사전쟁 종식’을 강조하며 역사도 다양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평소 자신의 소신을 기념사를 통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독립기념관 안에서 열린 경축식에는 김형석 관장을 비롯해 배준영 국회의원,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 김행금 천안시의회 의장 등 국민의힘 소속 인사만 모습을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한 명도 없었다.

독립기념관 안에서 경축식이 열리는 비슷한 시간, 인근에선 김 관장 퇴진을 위한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김 관장 퇴진 시위를 주도한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회’와 ‘천안민주단체연대회’ 등 단체는 독립기념관 인근에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 관장은 자신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지 않겠다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독재와 부정으로 국민을 살육한 이승만에게 반민특위가 해체당하고, 친일파를 단죄 못 한 치욕을 기억하기 위해 김형석 퇴출 때까지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형석 관장 퇴출 관련 집회에는 민주당, 진보당, 지역 진보단체 인사들만 참석해 국민의힘 정치권 인사만 참석한 독립기념관 안에서 열린 경축식과 대비됐다.
이를 지켜본 천안시민 A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기뻐해야 할 경축식이 다른 생각을 가진 정치권 인사들 때문에 갈라지면서 8.15 정신이 퇴색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며 “하루빨리 보수, 진보가 같은 성향으로 분열을 끝내고 독립 정신 속 통합된 경축식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