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LA시 캐런 배스 시장의 축하 영상으로 막을 올렸다. 다수의 LA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윌셔 이벨 극장의 객석은 거의 만석으로 채워졌고, 첫 장면부터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무대는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았고, 재미와 감동, 역사적 의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종합예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작품의 중심에는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무희 ‘광희’의 서사가 놓였다. 동학농민혁명으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그는 교방에서 전통춤을 전수받아 최고의 명무로 성장하고, 전통을 탄압하는 식민지 정책에 맞서 춤으로 저항하다가 마침내 광복을 맞이한다. 탄탄한 줄거리는 장면마다 감정을 고조시키며 관객의 몰입을 끝까지 이끌어냈다.
판소리 명창 연운은 이야기를 이끌고 감정을 증폭시키는 해설의 축을 맡아 극의 호흡을 정교하게 조율했다. 전통무용의 필요성과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대비적으로 배치된 찰스턴 장면은 근대적 리듬과 동작으로 효과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사의찬미’는 캐서린 박이 라이브로 불러 현장성을 극대화했고, 배우 조창현은 대사와 함께 장면 사이사이에 등장해 약방의 감초처럼 극 전반의 맛을 살리며 서사와 춤, 음악을 자연스럽게 이어주었다. 전통무용이 자칫 지루할 수 있다는 편견은 다층적 구성과 유려한 흐름으로 가볍게 넘어섰다.
가장 큰 감동은 결국 춤에서 나왔다. 김응화 무용단은 군더더기 없는 안무와 치밀한 합으로 숨 막히는 무대를 펼쳤다. 동작의 시작과 끝이 또렷했고, 군무와 독무의 대비가 살아나 장단의 밀고 당김이 객석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노정애 고운춤 무용단 역시 흡사 자매 단체와 같은 호흡으로 무대를 두텁게 받치며 전체 러닝타임 동안 에너지의 고저를 정교하게 설계해 작품의 밀도를 높였다.
장면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커튼콜 이후에도 관객은 한 시간가량 객석과 로비에 머물며 출연진을 축하했다. 특히 한국인뿐 아니라 공연을 찾은 비한인 관객들 또한 “웅장하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렇게 생생하게 배울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며 깊은 인상을 드러냈다. 이번 무대는 전통의 미학과 현대적 무대문법을 설득력 있게 결합해 관객과 직접 소통한 사례로, LA 공연예술계에 뜻깊은 좌표를 남겼다.
<김응화 한국 무용 아카데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