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가운데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단일 장기 질환 중에는 사망률 1위에 속한다.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심장 질환 가운데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정상적인 리듬을 잃고 흐트러진 상태를 말한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분당 60~100번, 하루 약 10 만번, 규칙적으로 펌프질을 반복하는데 이러한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겨서 맥박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불규칙하게 되는 것이 부정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부정맥 환자 수는 2020년 40만2766명에서 2024년 50만1493명으로 4년 새 24.5%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30~40대 비중이 11.6%, 50대 17.3%로 비교적 젊은층에서도 발병하고 있다.
부정맥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맥이 지나치게 빠른 것을 빈맥, 느린 것을 서맥이라고 하며 맥박수는 분당 60~100번으로 정상이지만 불규칙하게 뛸 때는 불규칙 맥 또는 기외 수축이라고 분류한다.
심장 내에는 전기 회로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 전기가 흐르면서 규칙적으로 박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전기 회로에서 비정상적으로 신호가 빠르게 나와 안정 상태에서도 100회 이상을 뛰고 있다면 빈맥이라 하고, 심장 박동이 분당 60회 미만으로 뛰는 상태가 지속되면 서맥이라고 한다. 또 정상 전기 회로 이외의 다른 부위에서 전기 신호가 간혹 나와 심장이 예정보다 한 박자 빨리 뛰게 되면 조기 박동 또는 기외 수축이라 한다.
최종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모든 부정맥이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며 “한번 발생하면 매우 위험해 치명적이 될 수 있는 악성 부정맥이 있고 당장 심장 마비를 일으키거나 심장을 멎게 하지는 않는 양성 부정맥이 있다”고 말했다.
양성이냐 악성이냐를 구분하는 데는 ▲부정맥이 발생하였을 때 증상 및 혈압과 같은 활력징후의 변화가 얼마나 심한지 ▲원래 심장병을 앓던 사람에서 관찰되는 부정맥인지 ▲부정맥으로 인해 심장마비, 졸도 또는 졸도 바로 직전까지 간 경험이 있는지 ▲유사한 증상이나 부정맥으로 급사한 가족력 등이 있는지 등이 중요하며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양성 부정맥은 기외 수축(조기 수축), 증상이 없는 경도의 서맥, 대부분의 상심실성 빈맥, 맥박수가 빠르지 않은 심방세동 등이 해당된다. 각각의 질환에 따라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고, 급사와는 관련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를 꼭 해야 하는 부정맥도 있어서 환자에 맞게 적절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반면 악성 부정맥은 선천성 심장병이나 심장 근육병 또는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동반된 빈맥, 심실 빈맥, 심실 세동, 또는 현저한 증상을 동반한 서맥 등이 해당된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급성 심장 마비를 막기 위해 체내 전기 충격기나 심장 박동기 삽입수술을 요하기도 하며 빈맥의 완전제거를 목표로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심장 내에 심각한 구조적 이상이 없이 발생하는 부정맥을 일차성 부정맥이라 하며, 심근경색, 심근병증, 선천성심장질환 또는 심부전등에서와 같이 심각한 심장병 환자에서 합병돼 이차적으로 부정맥이 발생된 경우를 이차성 부정맥이라고 한다. 이차성 부정맥의 경우 원인 심장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우선이며 심장 상태가 안 좋을수록 부정맥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대표적인 중증 부정맥인 심실빈맥이나 심방세동 등은 일차성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차성 부정맥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일차성 부정맥은 심장초음파등 기본적인 심장검사에서 구조적인 이상이 관찰 되지 않는 심장에서 발생되는 부정맥으로 심방세동과 심실빈맥이외에도 기외수축 또는 발작성 빈맥증 등이 있다. 유전성 질환에 의한 일차성 부정맥의 경우에서와 같이 치사성 빈맥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부정맥이 적절하게 치료되면 대부분 심장 기능에는 큰 문제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부정맥을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한 병력 청취와 진찰이며 심전도(ECG)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건강검진 등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순간 포착이 어려운 발작성 빈맥증, 기외수축, 심방세동 또는 원인 불명의 실신 등에서는 24~48시간 홀터 모니터 검사가 효과적이다. 이 검사로도 발견이 어렵다면 1주일 내지 한 달간의 심장 사건 기록 검사 또는 1~2년 동안의 심전도 기록이 가능한 체내 삽입형 심전도 장치(일명, 루프 레코더)등과 같이 보다 정밀하고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최종일 교수는 “운동하기 전, 약 10분간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 체조로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고, 약한 강도로부터 시작해 마지막에 다시 약한 강도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동을 할 때 가슴부위가 답답하거나 통증, 호흡곤란 증세 등이 느껴지면 즉시 순환기내과 또는 심혈관질환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