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외무부는 24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반대유대주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미국 대사를 초치했다. 쿠슈너 대사는 유대인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하다.
쿠슈너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한 공개 서한에서 “프랑스 영토에서 유대인 강제 추방을 끝낸 파리 해방 81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선제 공격 이후 프랑스에서 유대인을 상대로 한 위협과 폭력 행위가 증가했다면서, 프랑스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인정을 시사하는 것은 이런 행동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이 유대인 자녀와 손주를 두고 있다고 상기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유대인 학교 보호와 증오 조장 외국인 입국 금지, 자금 지원 삭감 등의 조치를 확대했고, “세계 최대 반유대주의”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마비시킴으로써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쿠슈너 대사는 그러면서 “증오범죄법을 시행하고 유대인 학교와 회당, 사업체 안전을 보장하며 하마스와 그 동맹 세력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조치는 피해 달라”면서 “단호한 대처”를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9월 유엔 총회에서 엄숙하게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동참했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 또는 계획 중인 국가는 147개국이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앙 상태와 이스라엘의 추가 점령 계획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쿠슈너 대사의 공개 서한이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단호히 반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쿠슈너 대사의 주장은 용납할 수 없다”며 “25일 외무부로 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부는 “1961년 빈 협약에 따라 대사는 주재국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고 했다.
쿠슈너 대사의 서한은 지난 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내용과 유사하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역시 마크롱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요구하며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에는 유대인 약 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동시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민감한 무슬림 공동체도 상당하다.
쿠슈너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의 배우자이자 1기 백악관 선임보좌관이었던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프랑스 대사로 임명된 것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