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질병 관리 컨트롤타워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이 취임 한 달 만에 전격 경질됐다. 백신 음모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보건복지부장관과의 갈등이 이유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쿠시 더세이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내고 수전 모너레즈 CDC 국장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하겠다는 대통령 어젠다와 대오가 맞지 않는다”라며 경질 사실을 밝혔다.
더세이 대변인은 “모너레즈 국장이 사임을 거부했다”라며 “백악관은 모너레즈의 CDC 국장 직책을 종료시켰다”라고 했다. 이로써 모너레즈 국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이후 한 달도 안 돼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WP는 모너레즈 국장과 케네디 장관의 관계를 이번 경질 배경으로 주목한다. 케네디 장관은 백신에 대한 불신을 오래 표출해 온 반(反)백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백신과 자폐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초 5억 달러(약 6941억 원)에 이르는 코로나19 등 질병 예방용 mRNA 백신 연구 자금을 끊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주요 제약사와 추진해 온 백신 개발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WP는 케네디 장관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25일 모너레즈 국장에게 현 행정부의 백신 정책 변경에 찬성하는지 입장을 캐물었다고 전했다. 특정 코로나19 백신 취소를 두고 압박도 있었다고 한다.
나아가 모너레즈 국장에게 주내에 그의 고위 직원을 자르라고까지 압박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는 케네디 장관 외에 그 측근 최고 보좌관인 스테퍼니 스피어 등이 관련돼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여러 차례의 잡음 끝에 케네디 장관이 이끄는 보건복지부는 모너레즈 장관 해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모너레즈 장관 측이 반발하자 백악관이 직접 경질을 발표하며 케네디 장관 편에 선 것이다.
이번 경질로 CDC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보도에 따르면 모너레즈 국장 경질 사실이 알려진 후 최소 3명의 CDC 고위 당국자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인사 중 한 명인 드미트르 다스칼라키스 호흡기·면역 질환 담당 인사는 X에 올린 서한에서 “CDC가 과학적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 수행 도구로 취급되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없다”라고 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