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단순한 지역적 정치적 사건을 넘어, 우파 세력이 기존의 좌파·중도파 중심 질서에 반격을 가하려는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5년 9월 13일, 런던 중심가에서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이 주최한 집회 ‘Unite the Kingdom’은 10만 명이 넘는 인파를 불러모으며 수십 년 만에 영국에서 열린 가장 큰 민족주의·반이민 시위로 기록되었다. 참가자들은 유니언 깃발과 세인트 조지 깃발을 흔들었고, 일부는 미국의 MAGA 모자나 이스라엘 국기 등을 함께 들며 국제적 상징을 차용했다. 시위 도중 경찰과 일부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경찰관들이 부상을 입었으며 여러 명이 체포되었다. 연단에는 프랑스의 에릭 제모어 같은 극우 인사들과 미국 보수 진영 인사들이 등장해 연설했고, 집회 조직에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선동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집회는 단순한 반이민 구호를 넘어 조직력, 규모, 국제적 네트워크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질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보수 활동가 찰리 커트의 암살이 극우 진영에 충격과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죽음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 더 이상 방어에 머물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이어졌고, 일부는 좌파와의 전면적 전쟁이라는 강경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수 매체와 논객들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암살로 규정하고 대통령과 좌파 진영을 강하게 비난했으며, 보복과 저항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좌파는 살인의 정당이다”, “싸우거나 죽거나”와 같은 문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적 담론에서 적대적 구도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사례는 서로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조건 위에 서 있다. 경기 둔화와 불평등, 이민 문제와 같은 구조적 불만이 우파의 메시지에 호소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다문화주의와 성소수자 권리 확대 등 문화적 변화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적 정서와 충돌하고 있다. 동시에 소셜미디어와 대안적 미디어는 극우 메시지를 증폭시키며 국경을 넘는 연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찰리 커트 암살과 같은 사건은 분노와 공포를 키우며 시위 동원과 선동의 촉매로 작용한다.
이러한 우파의 반격은 국내 정치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사회적 분열이 심화되면 정치 폭력이나 지역 갈등이 늘어날 수 있고, 민주주의 제도와 다원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국가 간 이민 정책이나 난민 정책에서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기조가 강화될 위험도 크다. 반대 진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긴장과 대립이 폭발적으로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10년간 유럽, 미국, 남미, 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확인된 점을 고려하면, 우파의 반격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가 될 수 있다. 프랑스 국민연합, 이탈리아 동맹, 스웨덴 극우 정당, 브라질과 필리핀, 인도의 우파 포퓰리즘 등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세계적인 정치 재편으로 이어지려면 제도 정치권 진입, 다양한 계층에 호소할 수 있는 유연한 메시지, 국제적 네트워크와 자금 구조가 결합해야 한다.
결국 우파의 반격은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치, 사회적 연대, 국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런던의 ‘Unite the Kingdom’ 집회와 미국의 찰리 커트 암살 이후의 반응은 그 질문들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며 앞으로 더 큰 갈등과 변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