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가 당시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그때 충격으로 귀국한 지금도 외출을 거의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16일(현지 시간) 익명을 요구한 한국인 근로자 A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 소재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들이닥쳤을 때만 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은 단기 비자로 몇 주만 체류하는 신분인 만큼,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장 요원들은 갑자기 사무실에 들이닥쳤고, 수갑을 채우고 허리와 발목을 쇠사슬로 묶은 뒤 호송차에 태웠다
A씨는 “공황 상태에 빠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속이 메스꺼웠다”며 “왜 그런 대우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LG 협력업체 직원인 A씨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프로그램으로 5주간 체류하며 특수 첨단 장비 운영법을 가르칠 예정이었다.
A씨는 “회의에 참석하고 교육 발표만 했을 뿐”이라며, 비자 면제 범위 내 허용되는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함께 구금된 B씨는 “잠시 휴식하러 나왔는데, 총을 든 요원들이 많이 보였다”며 “우린 한국인이니 범죄자를 체포하러 온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릴 체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요원들이 헬기, 드론, 장갑차, 총기를 동원했다며 자신의 신분을 설명하려 했지만 공포에 질렸다고 했다. 일부 요원들은 근로자들에게 빨간색 레이저가 나오는 총구도 겨누었다고 한다.
발목과 허리엔 각각 족쇄가 채워졌다. 족쇄는 수갑과 연결됐다. 너무 꽉 조여서 손으로 얼굴도 만질 수가 없었다고 했다. B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한 달 가량 머물 계획이었다.
비자 소지자임을 밝힌 근로자들도 체포됐다고 한다. C씨는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릴 족쇄로 묵었다”고 했다.

구금 시설은 열악했다. 60~70명이 한방을 썼고, 방은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난방이 되지 않았다. 새로 들어온 구금자들에겐 이틀 동안 이불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공황 발작이 왔다. 그저 떨며 서 있었다”며 “반팔을 입고 있어서, 밤엔 옷 속에 팔을 넣고 수건으로 몸을 감싸 추위를 견뎠다”고 했다.
가장 끔찍했던 건 식수였다며 “하수구 냄새가 났다. 최대한 적게 마셨다”고 덧붙였다.
침대조차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B씨는 도착했을 당시 빈 침대가 없었고, 책상 등 쉴 만한 공간을 찾아야 했다고 전했다.
B씨는 “너무 추웠다. 포장된 빵을 찾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밤새 껴안고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금 초반엔 얼마나 억류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일부 노동자들이 변호사와 영사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뒤에야 정부가 석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귀국한 후에도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2일 귀국해 공항에서 가족과 웃으며 재회했지만,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속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며 “그날 밤 어머니가 저녁을 차려주셨을 때야 비로소 실감이 났고,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지금도 외출이 어렵다며 “밖에서 구금 시설과 비슷한 냄새가 나면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져 오래 외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B씨 역시 “모두 공항에서 웃으며 나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눈물이 나오기 직전 상태였다”며, 뉴스에 나온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느끼며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B씨는 “30년 동안 해온 내 일이다. 인생을 이 일에 쏟아부었다”며 “다른 일을 뭘 할 수 있으며, 가족들은 어떻게 살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