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면서, 갈 곳 없는 주민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16일(현지 시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가자시티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도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피란길로 지정한 해안 도로는 피란을 떠난 사람과 자동차로 꽉 찼고, 차비는 폭등했다. 5인용 텐트 한 채 가격도 160만원에 달한다.
리나 알 마그레비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사 비용과 텐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보석을 팔아야 했다”며 “칸유니스에 도착하는 데 10시간 걸렸고, 3500셰켈(140만원)을 내야 했다”고 전했다.
미디어 연구원인 파티마 알자흐라 사웨일은 가디언에 “텐트도 너무 비싸 살 수가 없다. 소지품과 물품을 모두 챙겨갈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피란길에서 물을 구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라며 “그저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가자시티 지상전을 개시하면서 주민들에게 남부 ‘인도적 구역’으로 대피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현재까지 가자시티 주민 100만 명 중 약 40%만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수차례 반복된 피란에 지쳤다. 사웨일과 가족들 역시 현재까지 19차례 피란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상당수가 가자 남부로 대피한 적이 있는데, 그곳 역시 이스라엘군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웨일은 전쟁 초반 남부에 피란했었다며 “그곳에서 시간은 ‘삶’이 아니었다. 벌레, 쥐, 모래, 무더위, 추위, 빗속에서 텐트 하나에 의지했던 시간은 견딜 수 없는 기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이른바 ‘인도적 구역’에조차 폭격과 사상자가 없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했다. 사웨일은 “죽음을 피해 도망치다가 또 다른 죽음에 처하는 것 아니냐”며 피란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정감을 추구하는 게 인간 본성이다. 든든한 벽에 기대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텐트) 천 조각은 집이 아니다. 안전도, 집이라는 느낌도 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전쟁 초기 남부로 피란한 적 있는 사진작가 유세프 알마샤라위도 “갈 곳이 없다”며 “인도적 구역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정반대였다”고 전했다. 피란이 심리적 고통도 준다며 “누구도 이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알마샤라위는 “북부든 남부든 가자지구에 진정한 안전지대는 없다. 그래서 북부에 머물기로 했다”며 “죽음은 단 한 번만 찾아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