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동물의 발성 체계를 분석해 그 의미를 해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렌대대 멜리사 베르테 교수 연구진은 콩고민주공화국 열대우림에서 6개월간 보노보 무리를 관찰한 결과, 보노보들이 ‘이걸 하자’라는 의미의 비명과 ‘나를 봐’라는 낮은 소리를 결합해 ‘함께 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네 가지 방식으로 발성을 조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조합성’은 침팬지와 고래에게도 발견됐다.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연구센터 연구진은 야생 침팬지가 ‘경고음’과 ‘모집음’을 결합해 위협 상황에서 동료를 불러모으고, ‘휴식’과 ‘놀이’의 의미를 담은 소리를 조합하면 집단이 나무 위로 올라가 함께 쉬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 곤줄박이 연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고됐다. 미국 ‘Project CETI’ 연구진은 향유고래의 클릭음(특유의 소리 신호)을 장기간 분석한 결과, 고래들이 리듬과 속도 차이에 따라 ‘코다(coda)’라는 체계적 발성 패턴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이 발성 체계를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로빈슨 ‘지구 종 프로젝트(Earth Species Project)’ 연구원은 “AI는 전통적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동물 의사소통을 해석하고 있다”며 “장차 AI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실제로 대화하는 날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동물 발성에 ‘시제 이동성’, ‘창의성’, ‘이중성’ 등 인간 언어의 모든 특성이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베르테 교수는 “동물의 언어를 인간 개념의 ‘언어’라고 부를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다”며 “AI 덕분에 언젠가는 인간과 동물이 서로의 말을 이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