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인도계 국가안보 전문가가 기밀 분서를 불법으로 빼돌리고 중국 관리들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돼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인도와 남아시아 문제 전문가로 국방부와 국무부의 정책 고문을 지낸 애슐리(64)는 기밀 표시가 있는 1000쪽이 넘는 기록을 자신의 집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네기재단 대변인은 15일 그가 현재 행정 휴가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11일 전격 체포, 자택 지하실에서 ‘기밀’ 문서 1000여쪽 발견
그는 11일 버지니아주의 자택에서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급습한 뒤 체포됐다. 그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된 문서 중에는 ‘극비’와 ‘비밀’로 표시된 것도 몇 개 있었다. 수색 당일 텔리스와 가족은 로마행 항공편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텔리스는 국방 정보 불법 보유 혐의로 기소됐으며 최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인도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인 텔리스는 국무부 무급 수석 고문과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 국방부 순평가실(Office of Net Assessment) 계약직이라는 이중 직책을 통해 최고 기밀 보안 허가를 받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올해 순평가실이 폐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FBI 진술서에 따르면 미 당국은 텔리스를 수년간 조사해 왔다.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버지니아 북부에서 중국 관리들과 최소 네 차례 만찬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는 만남에서 이란-중국 관계, 미-파키스탄 관계, 그리고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이 도청되었다고 FBI 요원이 법원 제출 자료에서 밝혔다.
FBI, 수년간 그의 행적 추적 감시
FBI 문서에 따르면 텔리스는 2022년 중국 관리들과 만찬에서 만날 때 마닐라 봉투를 들고 왔으나 나갈 때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법원에 제출된 진술서에 따르면 감시 카메라 영상에는 텔리스가 최근 몇 주 동안 정부 시설의 기밀 자료에 접근하고 인쇄해 반출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9월 12일 펜타곤의 마크 센터 카메라에 텔리스가 동료에게 여러 기밀 문서를 인쇄하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그중에는 ‘극비’로 적힌 문서도 있었다.
진술서에는 그가 10일 서류들을 공책에 숨겨서 건물을 떠나기 전에 가죽 서류 가방에 넣는 모습도 목격됐다.
연방 수사관들은 또한 텔리스가 지난달 25일 국무부의 기밀 시스템에 접속해 ‘비밀’로 분류된 1288쪽 분량의 미 공군 매뉴얼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파일을 위장하기 위해 ‘경제 개혁’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수백 페이지를 인쇄한 후 해당 파일을 삭제했다. 그는 군용 항공기 성능에 대한 40쪽 분량의 공군 문서 두 건도 인쇄했다. 두 문서 모두 ‘기밀’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2일 중국 관리들은 그에게 ‘붉은 선물 가방’을 전달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연방 판사는 연방 검찰이 텔리스를 21일 예정된 구금 심리까지 감옥에 가두라는 요청을 승인했다.
텔리스, 최고 보안 등급 안보 전문가
인도 태생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텔리스는 수십 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 기관에서 중요한 인물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인도 민간 핵 협정의 주요 협상가 중 한 명이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을 지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로버트 블랙윌 주인도 미국 대사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텔리스는 인도의 핵 보유국 역할에 대한 여러 권의 책과 연구를 발표했다.
텔리스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를 특히 비판해 왔다.
바라티야 자나타당(BJP) 국가정보기술부장 아밋 말비야는 이번 기소 소식에 대해 텔리스의 과거 정부 비판이 이제 새로운 맥락을 띠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말비야 부장은 “야당이 자주 인용하고 찬양했던 텔리스가 왜 그렇게 자주, 그리고 강하게 우리를 비난했는지를 이번 그의 체포가 설명해 준다”며 “인도에 맞서는 세력들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뒤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충격에 빠졌다고 SCMP는 분위기를 전했다.
스팀슨 센터의 비상주 펠로우인 크리스토퍼 클라리는 법원 문서가 공개된 후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려 2002년 텔리스와의 회의를 회상했다.
클라리는 “그는 예의 바르고 사려 깊었다”며 “심지어 우리가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를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동부 지방의 임시 검사인 린지 홀리건은 “우리는 국내외 모든 위협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주장된 혐의는 시민의 안전과 보안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