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마러라고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에 나선다. 국내 기업 총수들이 이처럼 한데 모여 특정 리조트를 찾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다.
이 회동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전설적인 골프 선수 개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을 맞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기획한 것이다. 손 회장은 전 세계 70여개 기업 총수들을 초청해 스타게이트 등의 투자 유치 행사를 주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7~19일 이 투자 유치 행사 참석차 마러라고리조트를 찾을 예정이다. 국내 기업 총수들은 이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리조트는 126개 객실에 고급 레스토랑, 수영장, 골프장, 스파 등을 갖춘 회원 전용 고급 리조트다.
시리얼로 유명한 식품회사 ‘포스트’의 상속녀인 마조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8만 달러를 들여 1927년 건립한 곳으로, 1985년 트럼프 대통령이 사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인사들과 이곳에서 자주 회동을 하고, 중요한 논의를 해 ‘제2의 백악관’으로 불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마러라고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도 회동했다.
트럼프 1기 때는 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이곳에서 골프를 함께 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곳도 다름아닌 마러라고리조트다.
한국 기업 총수들이 마러라고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는 것은 여러가지 긍정적 신호탄으로 읽힌다.
우선 교착 상태였던 한미 관세협상을 측면 지원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많은 스타게이트 투자 등에서도 양측이 긍정적인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측면이 눈에 띈다.
앞서 한미 당국은 지난 7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 총수들과 골프 회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과의 협력 관계에 긍정적 제스처이자, 또 한편으로 관세 협상에 전향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손 회장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스타게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손 회장과 함께 직접 발표한 사업으로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09조원)를 투입해 미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2월 방한 당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이 회장을 만나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달 초에도 이 회장과 최 회장은 방한한 올트먼 CEO를 만나 대대적인 반도체칩 공급을 통한 스타게이트 협력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