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LA 다저스가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열광적인 홈 팬들 앞에서 “이제 4승만 더 해서 야구를 완전히 망쳐봅시다!(Let’s get four more wins and really ruin baseball!)”라고 외쳤다.
로버츠 감독의 발언은 다저스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다른 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호화 선수들을 영입함으로써 사실상 돈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사는’ 팀이라는 지속적인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런 비판은 팀이 2024년 당시 자유계약선수였던 오타니 쇼헤이를 10년 총액 7억 달러 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영입하면서 더욱 커졌다.
이어 이번 오프시즌에는 투수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년 3억 2,500만 달러의 계약을 요시노부 야마모토와 체결했다.
다저스의 이번 월드시리즈 출전은 지난 8년간 다저스의 다섯 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이며, 그중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다저스는 정말로 ‘야구를 망치고’ 있는 걸까? 명예의 전당 감독 조 토레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다저스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전 뉴욕 양키스 감독이자 다저스 출신인 토레는 이렇게 말했다. “다저스가 야구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거나 망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팬들은 그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니까요.”
스포트랙(Spotrac)에 따르면, 다저스는 2025 시즌을 리그 최고 수준인 3억 5천만 달러의 총연봉으로 시작했다. 그 뒤를 뉴욕 메츠(3억 4,100만 달러), 뉴욕 양키스(3억 400만 달러), 필라델피아 필리스(2억 9천만 달러)가 이었다.
물론, 비싼 선수들이 실제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같은 LA 지역의 앤절스를 떠나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에서 오타니는 개인 최다인 54홈런과 130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다.
토요일 경기에서는 야마모토가 포스트시즌 두 번째 완투승을 거두며 다저스가 블루제이스를 5대 1로 꺾었다.
메츠, 양키스, 다저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지휘하며 양키스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한 토레는 돈만으로는 성공을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평가를 받는 팀은 그 기대감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감독은 물론 선수들 모두 그 압박을 견뎌야 하죠.” 그는 이렇게 말했다.
토레 감독이 양키스를 이끌 당시 양키스는 악의 제국이라 불리었다. 그때 양키스가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비싼 선수들을 싹쓸이 했기 때문이다.
지금 다저스와 그때의 양키스가 악의 제국이었다고 해도 다른 팀의 연봉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늘 간과하고 있다.
<이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