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 차기작을 10년 가까이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제작사 대표가 “다시 론칭되는 건 전적으로 크리에이터인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에 달려있다”면서도 “확률적으로 국내에서 이슈가 많았던 2002년이 가장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명한 에그이즈커밍 대표는 지난 6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개최한 2025 국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포럼에서 ‘응답하라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도 됐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지난 2012년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2013년 응답하라 1994(시즌2), 2015년 응답하라 1988(시즌3)가 tvN에서 방영된 바 있다. 제작진은 현재 이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에그이즈커밍에 소속돼 있다.
이 대표는 “어쨌든 글감으로 쓸 것들이 채워졌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제작사 대표 입장에서, 선배 입장에서 강요하거나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조용히 지켜보면서 글감들이 빨리 쌓이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1990년대에서 시작했고 잠깐 다시 1980년대로 가서 1988년까지 했는데 그럼 넥스트 시즌은 1980년대, 1990년대를 제외한 1970년대로 갈 것인가, 2000년대로 갈 것인가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확률적으로는 아마 (연도가) 올라갈 확률이 많지 않을까 한다”며 “사실 국내적으로만 봐도 가장 이슈들이 많았던 2002년이 가장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답변만 제가 드릴 수 있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에그이즈커밍은 응답하라 시리즈뿐만이 아니라 슬기로운 생활 시리즈, 윤식당과 서진이네, 신서유기와 지구오락실 등 자사가 보유한 원천콘텐츠(IP)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팬덤’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 대표는 “미디어 산업을 이끄는 힘이 뭔가 했을 때 팬들은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확산시키는 주체”라며 “댓글 하나, 리믹스 영상 하나가 콘텐츠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말하는 등 거듭 팬덤을 강조했다.
그는 “다들 알다시피 전세계적인 추세로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콘텐츠 플랫폼 중심이 과거 레거시 미디어에서 OTT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고, 콘텐츠 팬덤이 글로벌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글로벌에서 성공한 원천콘텐츠(IP)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치 역시 과거와는 다른 규모의 차원으로 계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콘텐츠 힘을 증폭시키는 건 팬덤과 글로벌 플랫폼의 결합, 그리고 기술의 진보가 아닐까 한다”며 “글로벌 팬덤 구축형 콘텐츠들은 커머스, 음원, 공연 등으로 사업이 자연스럽게 파생되면서 개별 콘텐츠가 하나의 독립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다음 발표자로 나선 김학민 스튜디오 슬램 P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흥행 비결과 함께 앞서 제작한 테이크원 시행착오를 소개했다.
김 PD는 “음악 예능 테이크원은 대한민국 대표 가수들에게 죽기 전 딱 한 곳만 부를 수 있다면 부르고 싶은 곡을 한 곡만 부르고 대신 원테이크로 촬영해야 한다고 기획한 예능이었다”며 “공개 첫 주 92위였던 이 예능은 끝날 때까지도 92위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왜 망했을까 생각해보면 테이크원은 퀄리티와 디테일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신경을 썼던 프로그램”이라며 “하지만 흑백요리사는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가 없고, 세계관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바로 내용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빠르게 본질로 들어가는 게 오히려 더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창작자가 빠질 수 있는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는 내 디테일을 어떻게든 자랑하고 싶은 것인데 본질을 잃어버린 디테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PD는 또 “흑백요리사는 ‘당신의 계급이 존재합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했는데 잘 만든 서사는 스스로 디테일을 만들어낸다”며 “(시즌1에서) 생각했던 대결 방식 중 진행하지 못해 아쉬웠던 것은 12월에 시즌2에서 볼 수 있다. 저희가 어떤 점이 아쉬웠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철저히 보완했으니 시즌2를 시청해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