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마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고물가 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3분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번 실적은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진 미국 경제의 단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월마트의 3분기 총매출은 5.8% 증가한 1795억 달러(약 264조원), 순이익은 29% 늘어난 61억 달러로 집계됐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가성비·빠른 배송’ 서비스를 찾으면서 회사는 올해 전체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이번 실적의 배경에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비 행태 차이가 자리한다. 저소득층은 지출을 줄이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월마트 경영진은 “모든 소득 계층에서 고객이 늘고 있으며, 특히 고소득층 유입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반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 사태로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푸드스탬프) 집행이 중단되면서 저소득층 소비는 3분기 일부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CFO(최고재무책임자)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소득 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 고객들의 지출이 다소 둔화된 모습”이라며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경제학자들이 지적해온 미국 내 소비 양극화 문제도 이번 실적으로 다시 확인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자료에 따르면 10월 고소득층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지만, 저소득층은 0.7% 증가에 그쳤다. 임금 상승률도 고소득층은 3.7%, 저소득층은 1%로 격차가 벌어졌다. 팬데믹 기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을 누렸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흐름이 되돌아간 셈이다.
최근 주요 소매업체 실적은 미국 소비를 둘러싼 복합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타깃은 3분기 기존점 매출이 2.7% 줄었다고 밝혔으며, 홈디포와 로우스 역시 주택시장 둔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반면 TJX는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이 오프프라이스 매장을 찾으며 견조한 매출을 기록했고, 아마존은 3분기 매출이 13% 증가한 18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의 차기 CEO(최고경영자)인 존 퍼너는 겨울 연휴 시즌 소비 패턴도 최근과 비슷할 것으로 보면서도, 고물가 부담을 고려해 일부 품목 재고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6년간 월마트 미국 사업을 이끈 인물로, 내년 2월 CEO로 공식 취임한다.
레이니 CFO는 “관세 영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며, 월마트가 일부 비용 상승을 흡수하고 일부는 가격에 반영해 조절해왔다고 말했다. 전자제품·야외용 가구처럼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은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한편 월마트는 다음 달 주식 상장 거래소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한다. 기술기업 중심의 나스닥으로의 이전은 월마트의 디지털 사업 확대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