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최신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 3.0(Gemini 3.0)’이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엔비디아 주도의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AI는 구글이 브로드컴과 함께 자체 개발한 AI 칩 ‘텐서프로세서유닛(TPU)’으로 학습했는데, ‘엔비디아 천하’로 통하던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제미나이3은 극한의 AI 벤치마크 평가인 ‘인류 최후의 시험(Humanities Last Exam)’에서 도구 사용 없이 37.5%로 최고의 점수를 달성했다. 이는 오픈AI의 최신 챗 GPT인 ‘GPT-5.1′(26.5%), 앤트로픽의 ‘클로드 소넷 4.5′(13.7%)를 웃도는 성적표다.
특히 어려운 수학문제로 구성된 ‘MathArena Apex(매스아레나 에이펙스)는 정답률 23.4%로, GPT-5.1(1.0%)를 크게 압도했다. 제미나이3 출시에 경쟁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축하를 보낼 정도다.
제미나이 3의 돌풍이 특히 더 주목받는 건 자체 AI 칩 ‘TPU v7’을 활용해 학습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기존 챗 GPT, 소넷 등 생성형 AI 모델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제작됐으나, 이 칩은 구글이 미국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업체) 브로드컴과 함께 만든 자체 칩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GPU 없이도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AI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일각에선 구글이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IT 전문 매체인 더 인포메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AI 칩 운영 전략을 수정해 TPU를 고객사의 데이터센터에 직접 설치해주거나 대여하는 방식으로 개방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메타(Meta)가 구글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일 메타 등 빅테크 업체들이 AI 자체 칩 개발 계획을 조정하고, 구글의 TPU 도입을 늘린다면 AI 반도체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변수가 될 수 있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던 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 진영-구글 진영으로 나뉘는 양강 구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건 구글만이 아니다. 테슬라도 최근 자체 AI 칩인 ‘AI5’의 양산 준비가 막바지라는 사실을 알렸다. 머스트 CEO는 “AI5 칩은 테이프-아웃이 임박했으며, AI6 칩 작업도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이프-아웃은 칩 설계를 모두 마치고 생산공장(팹)에 설계 데이터를 넘기는 단계다. AI5·AI6는 자율주행은 물론, 로봇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 칩이다.
다만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GPU 수요 둔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의 주문량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구형 GPU에도 수요 꾸준히 유지되면서,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우는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이 반갑다.
현재 엔비디아의 GPU는 물론 구글 TPU 역시 HBM이 탑재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AI 서버의 시스템 성능을 뒷받침하는 일반 메모리도 폭넓게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의 ‘AI’ 칩은 HBM 대신 저전력 D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 역시 시장 확대만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에서 테슬라 AI 칩을 생산한다.
메모리 시장은 최근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란 ‘슈퍼사이클(초호황)’ 기대감이 높지만, AI 수익화가 더디다는 ‘AI 버블론’이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시장이 범용 칩에서 맞춤형 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이 확대될수록 메모리 기업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