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급락으로 ‘암호화폐 쌓아두기’ 이른바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 전략을 채택한 기업들의 주가가 붕괴하며, 보유 코인을 투매하는 ‘역(逆) 트레저리’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트코인 매입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스트래티지는 최근 3개월간 주가가 50% 급락하면서 기업 가치가 보유 비트코인 가치보다 낮아졌다.
스트래티지의 급락은 동일한 전략을 채택한 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업계 데이터 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암호화폐 매수를 위해 부채와 자본을 조달해 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7월 1760억 달러(약 258조원)에서 최근 약 770억 달러가 증발했다.
카이고의 시니어 리서치 애널리스트 애덤 모건 맥카시는 “이들 기업에서 ‘불에 탄 듯한 매각’이 벌어질 것이며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가격이 빠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근 이들 기업들은 주가 방어와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암호화폐 자산을 팔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트레저리 전략의 역행’이다.
일본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메타플래닛의 주가는 6월 고점 대비 80% 폭락했는데, 회사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1억3000만 달러의 대출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 기반 이더 보유 기업 FG 넥서스도 최근 4150만 달러 상당의 토큰을 매도해 자사주 매입 재원을 확보했다. 회사 시가총액은 1억400만 달러지만 보유 암호자산 가치는 1억1600만 달러다. 이더를 대량 보유해온 플로리다의 바이오기업 에스질라도 최근 약 4000만 달러어치 토큰을 팔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프랑스 반도체 기업 시콴스는 이달 약 1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도해 부채를 상환했다. 이는 암호화폐 매입을 위해 차입을 늘렸던 일부 기업이 재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시콴스의 시총은 8700만 달러이지만 보유 비트코인은 1억9800만 달러다.
윈터뮤트 OTC 트레이딩 책임자 제이크 오스트롭스키스는 이러한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 기업들의 매도세가 “결국 일어날 일이었다”며 “너무 많은 기업이 같은 전략을 따랐다”고 말했다.
한편 스트래티지는 최근 한 달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11만5000달러에서 8만7000달러로 떨어졌음에도 추가 매수에 나섰다. 회사는 주요 주가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까지 거론돼 추가 매도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마이클 세일러 CEO(최고경영자)는 “변동성은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가 신실한 자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