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행자 안전을 위해 교차로에 직접 횡단보도를 그리던 LA 남성이 경범 공무집행방해(기물훼손)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People’s Vision Zero 소속 활동가 조나단 헤일은 지난 7일(일), 동료들과 함께 웨스트우드 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그리던 중 체포됐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미 두 개의 횡단보도가 완성됐고 세 번째를 작업하던 중 LAPD 경관이 도착해 헤일에게 수갑을 채웠다.
헤일은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과는 그동안 몇 차례 마주쳤고, 대부분 우호적이었다. 우리가 모두 안전한 도로를 만들려 한다는 걸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출동한 경관은 본인의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고, 나를 체포했다”고 말했다.
헤일은 현장에서 소환장을 받고 곧바로 석방됐으며, 법원 출석일은 1월 5일로 잡혀 있다.
People’s Vision Zero는 LA시가 10년 전부터 추진해온 ‘비전 제로(Vision Zero)’ 정책을 패러디한 명칭이다. 하지만 실제 보행자 사망자 수는 목표와 반대로 증가했다.
비영리 탐사매체 크로스타운 LA에 따르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3년 185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169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헤일과 그의 단체는 웨스트우드뿐 아니라 코리아타운, 소텔, 샌퍼낸도밸리 등에서도 직접 횡단보도를 그리며, 위험한 교차로 개선에 시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소극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헤일은 “교통 폭력은 공중보건 위기이며, 우리는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캐런 배스 LA시장의 오피스는 LA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시·주·연방법 등 관련 법률과 절차를 여러 차례 설명하며 협력을 제안했지만, 조나단은 본인의 방식을 고수해 왔다”고 밝혔다.
헤일은 시와의 접촉이 제한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관료주의와 비효율, 무대응을 뚫기 위해서는 시민의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정체 상태가 문화의 일부라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변화는 가능하다”며 “사람들은 살기 좋고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원한다. 불필요한 트라우마가 너무 많고, 폭력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소텔에 횡단보도를 그린 헤일과 그의 단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당시 “시 정부 민원전화인 311에 수없이 많은 민원을 신고했지만 수개월동안 우리 아이들은 횡단보도 그림이 없는 교차로를 위험천만하게 건너게 돼 결국 직접 그리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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