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는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에 대한 복제약 제조를 허용했다고 AP통신 등이 16일 보도했다.
화이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유엔(UN)이 지원하는 의약품특허풀(MPP)에 제네릭(generic drug) 생산을 허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P는 이 계약으로 전 세계 인구의 53%를 차지하는 95개국에서 이 약을 로열티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MPP는 “이 약이 (긴급 사용) 승인을 받는다면 특히 중·저소득 국가에서 생명을 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라이선스 계약은 중요하다”고 환영했다.
다만 브라질 등 확산세가 심각한 일부 큰 국가들은 제외됐다. AP는 브라질의 한 제약사의 경우 수출을 위한 복제약 제조는 허용되지만 자국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론 생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DWB)는 이번 계약에 중국, 아르헨티나, 태국 등이 포함되지 않는 등 일부 국가를 제한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아쉬워했다. 이 단체는 “정말로 코로나19를 통제하려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든 의료적 도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화이자가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 면제는 거부했으면서 허가 신청을 앞둔 치료제의 복제약 제조를 허용한 것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AP는 “화이자가 코로나19 의약품 특허를 공유하기로 한 결정은 백신 제조법 공개를 거부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옥스팜 아메리카는 이번 계약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이것은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화이자가 의약품에 대한 데이터와 지적 재산을 공유할 수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백신에 대한 데이터 공개는 절대적으로 거부했는가”라고 꼬집었다.
화이자는 미 식품의약국(FDA)과 다른 승인기관들에 가능한 빨리 이 약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이 치료제가 증상이 경미하거나 중등 정도인 감염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9%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머크는 지난달 27일 MPP와 105개국에 자사의 ‘몰누피라비르’ 복제약 제조를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