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시신은 빈소가 차려질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유족 측은 전씨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5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있던 전 전 대통령의 시신은 운구차에 실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인 이순자씨와 장남 재국씨, 차남 재용씨,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 등이 병원으로 향하는 그의 곁을 지켰다.
고인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별세했지만,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이송이 지연됐다. 그동안 자택 내 머물던 전씨의 시신과 유족 등의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임종 당시에는 부인 이순자씨만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화장실에 가는 중 쓰러졌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 했고, 응급처치를 할 틈도 없이 사망해 부인 이씨가 경호팀에 연락했다고 한다.
앞서 전씨는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정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통원 치료 중이었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전씨는 거동에 불편함은 있지만 혼자 화장실을 가기도 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미국에 체류 중인 삼남 재만씨의 귀국 일정에 맞추려면 삼일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가족장을 치른 후 전씨 유언에 따라 화장할 예정이다. 이날 민 전 비서관은 “회고록에 유서를 남겼다. 사실상 유서”라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그 대목은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보이는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그날을 맞고 싶다’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 전 비서관은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는 말씀을 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