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K자형 경제’가 유통 공룡 월마트까지 덮쳤다. 고소득층이 매출 성장을 이끄는 반면, 저소득층은 고물가 부담 속에 소비를 줄이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9일 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월마트의 지난해 4분기 순매출은 1907억 달러(약 277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6% 올랐다. 반면 순이익은 지분 투자 손실 등으로 19.4% 감소한 42억 달러(약 6조825억원)를 기록했다. 순매출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순이익은 밑돌았다.
실적을 떠받친 것은 고소득 가구를 상대로 한 매출 증가였다. 빠른 배송 서비스와 제3자 판매자 기반 마켓 플레이스 강화 전략이 고소득층 고객을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연간 글로벌 이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500억 달러(약 217조2000억원)를 돌파했다.
존 퍼너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점유율 증가는 대부분 연 소득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 이상 가구에서 나왔다”며 “연소득 5만 달러(약 7200만원) 미만 가구는 여전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득 계층 간 지출 격차가 최근 몇 분기 동안 이어져 왔으며,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 정부의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SNAP) 축소도 지난 분기 저소득층 지출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NBC는 “이 같은 고객층 변화는 미국 내 K자형 현상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시장 상승과 주택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은 고소득층과, 생활비 부담 속에 실질 소득이 정체된 저소득층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해설이다.
미국 내 물가상승률이 다소 완화됐으나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월마트의 식료품 가격은 지난 분기 1% 미만 올랐으나, 일반 잡화 가격은 3.2% 상승해 직전 분기보다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월마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저가 유통업체 달러 트리는 지난해 말 신규 고객의 약 60%가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였다고 밝혔고, 할인 슈퍼마켓 알디는 가성비 전략으로 고소득층 고객을 유치하면서 올해 180개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두고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만큼, 미국 경제를 가늠하는 ‘풍향계’로 평가된다.
월마트는 올해 순매출 성장률을 전년보다 둔화된 3.5~4.5% 사이로 제시했다. 레이니 CFO는 “전반적으로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채용 불황, 위축된 소비자 심리, 학자금 대출 연체 등 면밀히 살필 점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