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의회가 17일(현지시간) 만성적이거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엄격하게 규정된 환경 아래 죽을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오스트리아 통신(APA)은 의회가 이날 새 법안을 과반수로 승인했으며, 3개 야당 중 하나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돕는 것을 금지하는 형법 조항을 무효화시켰다. 이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했었다.
새 법안 통과로 내년부터 만성질환이 있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사람의 경우 스스로 죽음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수 있는데, 이는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되었을 때 존엄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을 밝힌 유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은 그러나 미성년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잠재적인 남용을 방지하고자 했다. 생을 마감하고 싶은 어른들은 진단서를 만들어내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 변호사나 공증인에게 죽음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통보하기 전 심사숙고 후 두 명의 의사와 상담을 마쳐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모두 마치면 약국에서 삶을 끝낼 수 있는 약을 살 수 있다. 약을 제공하는 약국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통지를 받은 변호사와 공증인에게만 공개된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을 적극적으로 돕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으로 남는다.
오스트리아 형법은 “다른 사람의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거나 돕는 사람은 6개월에서 5년 사이의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일련의 민원들을 검토한 뒤 극단적 선택을 돕는 어떤 행위도 금지하는 조항을 위헌이라며 올해 말까지 법 조항에서 삭제하도록 결정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모든 상황에서 모든 종류의 지원을 금지하기 때문에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다른 조항들은 그대로 유지했고, “진지하고 강력한 요청에 따라 다른 사람을 죽인”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조항도 여전히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