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10대 여성이 초경량 항공기를 타고 홀로 세계 41개국을 돌며 기네스북 세계 기록 2개를 갈아치웠다고 20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영국·벨기에 이중국적자인 자라 루더퍼드(19)는 지난 20일 벨기에 플랑드르 공항에 착륙했다. 루더퍼드는 혼자서 세계 일주를 마친 최초의 벨기에인인 동시에 홀로 초경량 비행기를 몰고 세계 일주를 한 최연소 여성으로 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다.
기록을 함께한 루더퍼드의 경비행기는 이번 여정을 후원한 회사 중 한 곳에서 맞춤 제작해 제공했다고 전해졌다.
총 41개국, 비행거리 5만2000㎞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 공항에 들어선 루더퍼드는 “내가 해냈다”라고 외치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루더퍼드가 홀로 누빈 항로는 지구 둘레 4만6000㎞보다도 더 긴 여정이었다.
루더퍼드는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귀환 당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루더퍼드는 “가장 힘든 건 시베리아에서였다”라며 “(비행 당시) 지상 기온이 영하 35도였다, 너무 추웠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만약 엔진이 멈췄다면 구조되는 데 족히 몇 시간은 걸렸을 거고, 그동안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미국 시애틀 부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비행 중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 루더퍼드는 캘리포니아 북부 레딩에 비상 착륙을 하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비행 허가 신청을 거절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당초 루더퍼드는 지난해 8월18일 총 3개월 일정으로 여행길에 올랐지만, 알래스카와 러시아에서 기상 악화와 비자 문제로 발이 묶였다. 이에 따라 도착 일정이 계획보다 8주가량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한국 김포 공항에 착륙했던 루더퍼드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완주하고 싶었는데, 이제 불가능할 것 같아요”라며, 북한을 피하기 위해 6시간가량을 우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루더퍼드는 한국에 2박3일간 체류한 후 대만 타이베이로 향했다.
여정을 이어가며 싱가폴, 이집트, 그리스,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하늘을 거쳐 간 루더퍼드는 코로나19 때문에 육로 탐방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루더퍼드는 대학에 가기 전 1년간 잠시 학업을 쉬는 갭이어(gap year)를 갖던 중 비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오는 9월 컴퓨터공학 전공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라 밝혔다.
지난 2020년에 항공기 조종 면허를 취득한 루더퍼드는 14살 때 처음 비행을 배웠다. 그의 부모가 모두 파일럿이라서 유아 시절부터 경비행기를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더퍼드는 지난해 국제여성항공조종사협회(ISA) 자료를 보면 전 세계 항공기 조종사 중 여성은 단 5.1%에 불과해 실망했다며, 자신의 여정이 많은 여성이 항공기 조종사가 되는 꿈을 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CNN에 전했다.
러더포드는 여행을 통해 두 개의 자선단체를 후원해 왔다. 루더퍼드가 후원한 자선단체는 컴퓨터 과학에 입문하는 젊은 여성들을 돕는 ‘걸스후코드(Girls Who Code)’와 과학이나 수학, 공학, 기술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드림스플라이크(Dreams Flike)’라고 알려져 있다.
러더포드는 “당신이 직접 날아보기 전에는 자신이 얼마나 높이 날 수 있는지 절대 알 수 없다”라며 “말하기는 쉬운데, 일단 그냥 해보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