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사이 한적해진 공항 활주로에 새들이 터를 잡으면서 항공기와 충돌 사고가 증가하자 항공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6일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항공편 수가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했다고 WSJ은 전했다. 한적해진 공항을 점령한 다양한 조류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소규모 활주로에 모여들고, 장기간 멈춰 서있던 항공기 위나 엔진 내부와 탑승 계단 등에 둥지를 틀었다고 전해졌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에는 거위가 기승을 부리고,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공항은 갈매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인도 남부 방갈로르공항에선 솔개가 활개 쳤다고 WSJ는 보도했다.
다만 항공업 관계자들은 조류 충돌이 대규모 사고 증가로 직결되진 않았다고 분석했지만, 미국에서는 흰머리수리 등 몸집이 큰 조류가 항공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잦아져 안전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농무부 야생동물자문 리처드 돌비어는 미국 전역에서 흰머리수리 개체 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흰머리 독수리와 항공기 충돌 사고가 2019년과 2020년 각 35건에서 지난해 44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연방항공청(FAA)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흰머리수리 한 마리가 이륙 중이던 스피릿항공 비행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체중이 1.8kg가량인 새가 시속 960km로 비행하던 항공기와 부딪힐 시 수십톤에 달하는 충격을 준다고 전했으며, 흰머리수리의 평균 체중은 3~6㎏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민간항공국 조류학자 마르타 조르다노는 공항의 넓은 녹지가 특정 야생동물을 끌어들였다며, 코로나19로 항공기 운항이 줄어 공항이 전보다 조용해진 것이 야생동물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르다노는 2020년 7월 조류 충돌 증가에 따른 유럽 공항 안전 관련 보고서를 공동 저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31일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하는 모습이다. (출처 : schiphol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조류 충돌 사고 증가세는 팬데믹 초기 미국에 비해 엄격한 봉쇄 정책을 폈던 유럽 일부 공항에서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고 알려졌다.
앞서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지난해 초 3개월간 유럽에서 발생한 항공기·조류 충돌사고 건수가 1년 전 동기간 대비 205%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FAA 자료를 보면 2020년 3월부터 이탈리아 공항 45개에서 운항된 항공편 1만 건 기준 조류 충돌 사고 건수는 1년 사이 42% 증가했으며, 동기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단독 집계는 13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우미치노공항은 활주로 인근 녹지 풀을 짧게 유지하고, 표면을 물로 덮는 등 야생동물이 덜 모여들게 하는 각종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공항을 운영하는 업체인 아에로포르티디로마는 공기포(砲) 120대와 소리포, 수동 레이저 등 활주로에서 야생동물을 쫓기 위한 설비를 보강했다고 알려졌다.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은 지난해 9월부터 6주간 활주로 인근 녹지에 돼지를 풀어 잉여 작물을 처리하는 등 거위 퇴치 시범 사업을 운영한 바 있다.
EASA 항공안전 관계자 존 프랭클린은 “조류 충돌 사고 건수는 (해당) 사고 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와 밀접하게 관련됐다”라고 했다.
이에 WSJ은 항공 관계자와 조류 충돌 방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항공 편수 감축에 따라 각국 공항이 조류 충돌 방지 예산을 삭감했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