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제 양측의 싸움은 단일화 무산 ‘책임공방’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대선이 9일 남은 28일까지도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확실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지지율을 끌고 와야만 한다. 안 후보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10%대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치적 기반까지 흔들리고 만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제로섬 관계다. 승자의 득점은 패자의 실점이 된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이들의 표를 하나라도 더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양측은 이제 ‘네 탓’ 싸움을 시작했다.
◆이태규 “尹회견, 수사기관 허위조서같아” vs 권성동 “단일화 무산 책임은 그쪽”
윤석열 후보의 지난 27일 단일화 물밑협상 경과 공개는 애초에 ‘단일화 결렬’을 염두에 둔 한 수 였다. 자신은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안 후보의 변덕으로 물밑협상이 중단됐다는 점을 그는 꾸준히 강조했다.
유권자들이 그토록 바라는 단일화는 안 후보 때문에 중단됐다는 메시지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28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에 반박했다. 국민의힘 측이 전격 공개한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일지를 그는 “수사기관의 허위조서”라고 표현하며 “마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제 윤석열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과 국민의힘이 자의적으로 만든 협상 일지를 공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제발 단일화 손을 잡아달라 간청하며 손을 내밀다 오히려 제 손목을 내리쳐 잘라나간 그런 충격을 받았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본부장은 단일화 채널과 관련해 ‘이태규-장제원’ 외는 모두 공식 라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는 다중 채널이 있었다는 국민의힘 측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그는 “그럼에도 마치 안 후보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일지를 일방적으로 작성하고 공개했다”라고 힐난했다.
이 본부장의 이같은 주장에 국민의힘의 대응은 보다 노골적으로 변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강원도 동해 유세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요구하는 모든 (단일화) 조건을 저희가 수용했다. 그래서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며 “야권 통합, 단일화 무산의 책임은 저희에게 있는 게 아니라 그쪽에 있다”고 했다.
◆’2번 윤석열’ ‘4번 안철수’ 모두 투표 용지에…단일화 효과 이미 사라져
여의도는 28일을 야권 단일화의 주요 분수령으로 전망했다. 투표용지 인쇄일이었기 때문이다.
28일 전 단일화에 실패하며 투표용지에는 2번 윤석열과 4번 안철수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만약 이후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투표용지에는 ‘후보 사퇴’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일화의 시너지를 포기한 양측의 메시지는 이제 책임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안 후보는 단일화 결렬의 책임은 전적으로 윤 후보에 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전라북도 정읍 유세 후 취재진과 만나 “제1야당이라고 한다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은 갖고 있어야 되는 것 가인가”라고 말했다.
만약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이 책임까지도 윤 후보의 몫이라는 뜻이다.
안 후보는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에 비례한다. 권한이 많은 사람이 책임이 큰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