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제 내 곁에 없는데 내가 한국인일 수 있을까?”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자우너는 2016년 1집 ‘저승사자’로 데뷔했다. 2017년 2집 ‘다른 행성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는 ‘롤링스톤’ 올해의 앨범 50에 선정됐다. 2021년 3집 ‘주빌리’는 빌보드 2021 상반기 최고 앨범 50에 선정되며 전 세계 주요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어 공연을 하고 있는 그는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보며 엄마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은 에세이를 펴냈다.
책 ‘H마트에서 울다'(문학동네)는 그의 성장기다.
여느 미국 엄마들과는 다른 자신의 한국인 엄마를 이해할 수 없던 그는 뮤지션의 길을 걸으며 엄마와 점점 더 멀어졌고 25세 때 엄마는 암 투병 끝에 죽음에 이르고 만다.
어렸을 적부터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준 엄마를 떠나보내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희미해져감을 느끼던 어느 날, 작가는 한인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다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책 이름에 있는 H마트는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대형 식료품 할인점으로, H는 ‘한아름’의 줄임말이다. 만두피, 김, 뻥튀기, 죠리퐁, 밑반찬 등 한국 먹거리가 가득한 이곳은 한국계 미국인에게 고향의 맛을 찾게 해주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저자는 엄마를 잃고 찾아간 그곳에서 딸과 해물짬뽕을 먹는 할머니를 보고 울컥한다. H마트에서 엄마는 어디에나 있다. 비빔밥에 고추장 많이 넣지 말라던 엄마의 잔소리도, 달콤한 짱구 과자를 손가락에 끼고 흔들던 엄마의 모습도, 엄마와 내가 조금씩 베어 물던 동그란 뻥튀기의 추억도 이곳에선 생생하기만 하다.
그렇게 H마트에서 저자는 엄마가 미각에 강렬하게 새긴 맛을 되찾으며 위안을 얻고 회복해나간다. 그리고 점차 자신의 정체성도 확립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