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마켓 가는 것을 미루게 되고 가족 외식은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은 초유의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한인들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개스값이 7달러에 육박하게 되자 주말 가족 나들이가 부담스러워졌고, 일주일에 한 번가는 마켓 장바구니는 갈수록 가벼워진다. 친구들에게 소주 한 잔 하자는 말도 선뜻 꺼내기가 어려워진 것이 요즘 한인들의 달라진 일상이다.
지난 2년간의 팬데믹 기간 동안 가족 외식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많은 한인들 달라진 세상 물정 모르고 한인 식당에 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경험을 무용담 처럼 쏟아냈다.
본보가 지난 3일 모처럼 가족 외식을 했다 천달러를 쓰고서 기겁했다는 한인 송모씨 가족의 사연((천정부지 치솟는 생활비 외식 한 번 1천달러 한인 송씨 가족의 하루)을 담은 기사를 보도하자 여러 한인 독자들이 자신들이 겪었던 사연을 넋두리처럼 본 기자에게 털어 놓고 공감을 표시했고 일부 독자는 송씨 가족의 사연이 과장됐다며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독자들이 보내주신 사연 일부를 소개한다.
셔먼 옥스에 거주하는 한인 알렉스 리 씨는 송씨 가족의 사연 기사를 보고 하고 싶은 애기가 있었다며 말을 꺼냈다.
리씨는 “얼마 전 친구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한인타운 고깃집에서 만나 식사들 했는데 기사에 등장하는 송씨 가족이 갔던, 1인당 55달러 한다는 식당은 그래도 비교적 저렴한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송씨 가족이 갔던 1인분에 55달러인 고깃집은 가격이 폭등하기 이전의 가격인 것 같다는 것이 리씨의 지적이다.
이씨는 “친구들과 만난 그 한인타운 고깃집의 생갈비는 1인분에 75달러였다”며 “친구를 오래 만에 만난 데다 식당에는 발디딜틈 없이 손님들이 많아 그곳에서 식사는 했지만 아주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알렉스 리씨 일행은 각자 고기 2인분씩 두 번에 나눠 시킨 후 맥주와 소주 2병을 마시고 나니 팁까지 500달러를 내고 나왔다고 한다.
리씨는 “예전 같았으면 노래방도 가고 2차를 생각했겠지만 누구도 2차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씁쓸해 했다.
한인타운에 산다는 독자 제임스 김씨 가족의 사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가족들이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집에서 먹거나, 무제한 식당을 찾는 것을 가족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들이 있는 김씨 가족은 이제 있기 때문에 비싼 식당은 아무래도 꺼려지게 된다”는 김씨는 “이제 한인타운 고깃집은 여간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가기 힘든 곳이 됐다”고 덧붙였다.
LA 한인타운 나들이가 잦았던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은 개스값 부담에 한인타운 나들이를 꺼리기도 한다.
오렌지 카운티에 사는 유나 강씨는 “LA에 주말 약속이 있으면 당장 개스비가 걱정부터 하게 된다”며 “가능하면 한인타운 보다는 집이 가까운 부에나팍에서 약속을 잡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마켓에서 장을 보는 한인들의 모습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한인 마켓들이 세일을 하는 주말에만 장을 보는 한인들이 많아졌고, 장보기는 세일하는 품목만 콕 집어 구매하먀 마켓들을 순례하는 알뜰 쇼핑족들도 눈에 띠게 늘었다.
한편,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9%가 상승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월 물가는 2월보다 더 높은 8.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폭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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