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가 이어짐에 따라 석유 관련 주식들이 새로운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와 같은 빅테크 우량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올해 S&P 500지수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낸 종목은 거의 에너지 주식이다.
CNN은 10일 워렌 버핏을 포함한 많은 투자자들이 당분간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배럴당 약 75달러였는데 현재는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정유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에 투자했는데, 이 종목의 주가는 2배로 올라 지수에서 최고 실적을 냈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이날 장이 마감된 이후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버핏은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외에도 에너지 주식에 크게 베팅했다. 올해 다우지수 최고 실적을 낸 석유 대기업 셰브론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4대 투자 종목 중 하나다.
S&P 500지수 종목 중 에너지 부문은 올해 40% 이상 급등했다. 발레로, 마라톤 오일, 할리버튼, 헤스, 엑손모빌 등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 및 가스 회사인 다이아몬스백 에너지는 올해 25%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70% 이상 떨어져 올해 S&P 500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는 주가가 40% 이상 감소했다.
CNN은 에너지주가 최근 10년 동안 빅테크 주식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곧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따르는 점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유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한 그것은 주요 산유국, 시추업체, 그리고 원유에 노출되어있는 다른 회사들에게 이익이 될 징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노버스 트러스트 컴퍼니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웨이드 파울러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올해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할 때 에너지 부문이 1분기 가장 큰 수익 성장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누구에게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많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미국 에너지 회사들에게는 호재로 꼽힌다.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 분석가들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러시아 상황이 남아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유럽이 미국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미국에 기반을 둔 에너지 부문에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주가 현재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반면 빅테크 주식들은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이에 에너지 주가 빅테크 우량주들을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먼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비스포트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격차가 더 좁혀져야 하며, 투자자들은 에너지주가 더 넓은 시장에서 더 큰 주도적 역할을 되찾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분석가들은 2000년 기술주가 폭락 이후 한동안 에너지 주식이 기술 주식만큼의 비중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