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계적인 영화제 개막식에 깜짝 출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빗대 찰리 채플린의 유명한 파시즘 풍자를 언급하며 반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화상으로 등장했다.
그는 연설에서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를 인용, “(언젠가)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국민에게 빼앗은 권력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죽는 한(인류가 자유를 위해 싸우는 한), 자유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시, 지금처럼 독재자가 있다. 또 다시 지금처럼 자유를 위한 전쟁이 있다”며 “그리고 또 다시 지금처럼 영화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시그니처가 된 카키색 군용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연설에선 영화가 가진 힘을 강조했고 프랑스 리비에라에 모인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이번 연설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화상 외교 노력의 일환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침공 이래 미국에서 몰타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의회 등을 대상으로 화상 연설을 진행해 왔다.
지난달 3일엔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 등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당시 “우크라이나 음악인들은 턱시도 대신 방탄복을 입고 있다. 그들은 병원에서 부상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며 “죽음과 같은 정적을 여러분의 노래로 채워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지난달 말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주최하는 국제 문화 전시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등장했다. 그는 ‘이것이 우크라이나다’ 전시회 개막식에서 자국민이 견디고 있는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러면서 “예술을 제한하려 하지 않는 독재자는 없다. 그들은 예술의 힘을 알기 때문”이라며 “예술은 달리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웅변적인 노력은 러시아와의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원조, 국제적 지원을 확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겸 배우 출신으로, 2019년 대통령 선거 서막을 장식한 TV 풍자 영화 ‘인민의 하인’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