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대응에 단결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를 포함한 6차 제재안에서 헝가리가 이탈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발언하면서, 유럽의 강력한 러시아 압박이 지지를 잃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으로 유럽이 단결된 러시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칼라스 총리는 “제재로 인해 우리 쪽이 다치기 시작하는 지점에 있다”며 “초기 제재는 러시아에만 힘든 것이었지만, 이젠 (유럽) 국가들에게도 고통스러워지는 지점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견딜 수 있느냐”라며 “국가마다 다르고, 단결을 유지하기 매우 힘들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칼라스 총리는 “가스 가격이 비쌀지언정, 자유에는 값을 매길 수 없다”면서 “자유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이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칼라스 총리는 자신이 10대였던 1991년 에스토니아가 ‘러시아 전체주의 감옥’에서 해방됐다며 “이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으며, 이건 중앙 및 동부 (유럽) 국가의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서부 유럽 국가에는 이런 경험이 없다”며 “자신의 편이 고통을 느끼는 순간 (자유라는) 가치들이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 작심 비판에도 나섰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갈등에서 벗어날 외교적 길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고립에 빠지지 않거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만 줬다고 비난했다.
칼라스 총리는 “휴전이나 평화를 요구하는 성급한 요구에 매우 우려스럽다”며 “휴전이 점령 지역에서 잔혹 행위 종료를 뜻하진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린 이미 같은 실수를 조지아, 돈바스, 크름반도에서 세 번이나 저질렀으며, 되풀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를 강력 비난해왔으며, 대러 제재나 우크라이나 지원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유가와 물가 인상에 이어 전쟁 및 제재 장기화로 유럽 경제가 입는 타격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단합된 대응을 유지하자며 유럽 사회 호소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러시아도 감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로 서방이 지쳐갈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초기의 강하고 단결된 대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서방 지도자들이 선거철에 취약한 만큼 언젠가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6개월에서 9개월까지도 버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최근 발표한 러시아 석유 수입금지 제재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계속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침공 강행을 이어가겠다는 기류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봉쇄로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식량 위기가 고조되면서, 결국 이 지역 정세 불안정으로 유럽에 또 다른 난민 위기가 닥쳐 유럽이 다시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구리에프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곡물 봉쇄가 중동 불안정을 야기해 또 다른 피란민 홍수를 야기할 거라고 믿으면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