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필리핀으로 배낭여행을 간 30대 A씨는 마닐라 부근에서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현지인을 만났다가 감금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A씨는 이튿날에야 돈을 주고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 프랑스 파리를 여행 중이던 B씨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날치기 당했다. 날치기 일당들은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B씨의 스마트폰을 힘으로 빼앗은 후 뛰어 도망갔다.
최근 해외에서 관광객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로 2년여간 끊어졌던 해외여행이 시작되며 한국인을 겨냥한 범죄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납치 감금, 총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필리핀 앙헬레스에서는 최근 한 달 사이 한인을 대상으로 한 총기 강도가 4건이나 발생했다. 40대 한국인이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무장 강도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강탈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외교부는 “필리핀에서는 마약·불법 총기가 다수 유통되고, 무장 반군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달 중순부터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필리핀 경찰의 이동 제한 조치가 완화되며 심야시간대 노상 총기강도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호텔 차량 탑승 전 운전기사 신원을 확인하고, 이유없이 호의를 베풀며 접근한 현지인 또는 한국인이 제공한 음료 등을 마시지 말라고 권고했다. 또 번화가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항상 지갑이나 핸드폰 등 분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불필요한 야간외출을 자제하고, 현지 체류 중 외출을 할 때 지인들에게 행선지를 알릴 것을 권고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소매치기와 절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10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네이버 유럽여행 카페 ‘유랑’에는 지난 5일 파리에서 날치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B씨는 “아침에 투어집합 장소인 개선문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가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내리면서 들고있던 폰을 잡아채 가져갔다”고 했다. B씨는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싹 다 날렸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폰을 만들었다”고 했다.
C씨는 지난 4일 글을 올려 “프랑스 니스 중심지의 고급 호텔 금고에 1000유로 가량의 돈을 넣어놨는데, 나갔다 돌아오니 없어져 있었다”며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해둔 상태”라고 했다. D씨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호텔에 가방을 두고 저녁식사 후 복귀했는데 금고 옆에 구멍이 3개 뚫린 채 열려있고, 700유로의 현금이 사라졌다”며 “여행자 보험 접수는 했는데, 업무자료가 든 회사 노트북도 없어져 문제”라고 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27일 공지를 올려 소매치기·절도 등 범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주·정차된 렌터카를 대상으로 정체구간에서 유리창을 깬 후 차량 내 물건 절취 ▲카페 의자에 걸어둔 가방 소매치기 ▲에펠탑·루브르박물관 등 유명 관광지 사진 촬영시 스마트폰 날치기 ▲각종 서명·기부 요청 중 날치기 ▲박물관 외곽에서 티켓 제시 요구하며 지갑 날치기 ▲출입문 개폐 직전·후 가방·스마트폰 날치기 등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거리에서 반지나 보석을 주웠다며 금전 보상을 요구하다가 지갑을 날치기하거나 투숙 중인 호텔 객실에 침입해 소지품을 절취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현금 인출기 앞에서 은행 직원인 척하며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카드 정보를 절취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경찰·군인 등 공무원 복장을 하고 신분증을 요구하며 소매치기를 한 사례도 있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출국 전 여행자보험 등에 잘 가입하고, 현지에서는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지 말고, 소지품을 잘 챙겨야 한다”며 “카페에서 자리에 물건을 둔 채 주문하러가거나 짐만 두고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