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밀 폭로의 위키리크스 창시자 줄리언 어산지를 미국에 인계하기로 17일 영국 내무장관이 서명했다.
이에 따라 어산지(50)는 스파이 행위 등 17개 혐의로 기소한 미국에 범죄인으로 이송돼 본격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14일 새 어산지가 장관 결정에 법원에 상고할 수 있어 당장은 미국에 끌려가지는 않는다.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법원의 송환 승인 판결이 내려진 지 2개월 동안 고심 끝에 이날 어산지의 미국 송환 결정서에 사인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범죄인 송환 상호조약을 맺고 있는 나라에 자국인이나 자국 수감자를 타국에 인계하는 최종 결정은 내무장관이 내린다.
호주 출신의 어산지는 2010년 이라크 전쟁 관련 등 미 외교 기밀문서 수 만 페이지를 전격 폭로해 미국 법무부의 타깃이 되었으나 정식 수배는 내려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그 해 8월 스웨덴 여행 중 두 명의 여성을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로 스웨덴 당국의 수배를 받았다.
어산지는 혐의를 부인하고 미국이 자신을 스웨덴을 통해 체포할 목적으로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 수배로 영국 경찰에 억류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렸나던 어산지는 상황이 어렵게 되자 2012년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 망명해 한쪽 방에서 2019년 쫓겨날 때까지 피신해 있었다.
에콰도르 좌파 정권이 물러난 즉시 대사관에서 축출된 어산지는 보석 위반으로 런던 경찰에 억류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연방 법무부가 스파이 행위 등 17개 중죄 혐의로 정식 기소하면서 영국 법원에 어산지를 범죄인 인도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런던 벨마쉬 중형감옥에 갇힌 채 어산지는 송환되면 영국보다 몇 십배나 무거운 형벌이 기다리는 미국에 송환되지 않기 위해 미 법무부와 싸웠으나 3년이 된 올 봄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