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무궁화 학원이라는 이름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남가주한국학원.
설립 이유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학생들, 차세대에게 한글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1대 송철 회장이 무궁화학원을 세웠다. 사실상 미주 한인사회 최초 민족 교육의 도장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지원금을 받지만
돈 보다는 차세대 교육이 중요하다
남가주 한국학원은 매학기 주말 한글학교 학생들을 모집한다. 무려 12개 학교가 운영되며 각 학교 교장은 물론 선생님들도 모두 파트타임 임금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주말 4~5시간 일주일 급여가 $100달러를 넘지 못한다. 생활을 하기 위해 아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학생들과 햄버거라도 사먹기라도 하면 지갑에서 더 꺼내야 한다. 하지만 늘 그렇게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한다.
지난 한국학원 야유회때 만난 한 주말학교 선생은 “돈 보고 하면 절대 할 수 없죠” 라며 웃는다. 직업이 대학 교수인 한인 이모씨는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고, 대학교에서 한인학생인데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한인 2세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집에서 한국말로 이야기하며 내 아이에 대한 한국어교육에 신경쓰고, 주말학교 선생으로써 한인 2세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주말마다 책임감을 갖고 교실로 향한다” “사실 역사와 전통 교육까지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은 쓰고 읽고 말할 줄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우리 이민 선배들의 반드시 해야하는 숙제다”라고 말한다. 수업 준비를 위해서는 주말학교 수업시간인 4~5시간을 훌쩍 뛰어넘으며, 각종행사를 준비하기도 하기 때문에 결코 돈과 연관지을 수 없는 나름 사명감이란다.
주말 학교 선생님들의 급여는 한국에서 대부분 충당된다.
한국에서의 지원금, 한인사회의 후원금
어디로?
남가주 한국학원의 문제는 윌셔 초등학교의 폐교로 수면위에 올라섰다. 이사진들의 책임감없는 운영, 무계획의 일관이 학생수를 떨어뜨려 결국 폐교수준까지 만든 것이다.
나름 한인의 날 때 국기 게양식도 거행하고, 한인 사회에 굵직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남가주 한국학원이라는 이름아래 모이기는 했지만 늘 돈문제가 뒤따랐다.
각 학교 교장들이 갹출해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부형한테까지 여러 명목으로 지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운영미숙으로 1972년부터 시작돼온 풀 뿌리 운동이라는, 한글교육이라는, 한인 1.5세 2세들에게 한국을 교육시키겠다는 계획은 지금의 이사진들 때문에 산산조각났다.
할말도 없다.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도,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 동안 운영미숙에 대한 책임도 없다. 하나 남은 윌셔초등학교 건물을 임대해줘 임대료까지 받겠단다. 한국 정부에서 보기에는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 예산에서 본다면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이 돈을 이사진들이 가로채고, 12개 주말학교를 운영하는 선생들에게는 최저임금을 내세우며, 학교 발전을 위해서라며 선생들의 재능기부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행사나 야외행사에 단 한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던 이사들이 이번에 한국학원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자 하나같이 언론에 등장해 부당하다며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한인사회는 차가웠다. 그도 그럴것이 알지도 못하는 남가주 한국학원(사실 최근에는 이런 학교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한인들도 많다)의 부실 여부를 떠나, 역사를 떠나 최근의 일련의 사태만 봐도 “그런 사람들이 그렇지 뭐”라며 등을 돌렸다.
건물 임대도 철회하고, 이사진들이 총 사퇴한다고 한다. 이렇게 땅바닥까지 떨어진 차세대 교육을 누가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누가 봉사하고, 누가 희생할 것인가? 이제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도 막을 내렸다. 한인사회가 한국정부가 냉정하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부분이다.
유력 인사들에게 완장을 채워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허울좋은 남가주 한국학원이라는 이름 남기기라면 차라리 없애는 것도 어떨까? 안된다고 펄쩍 뛰며 욕설을 듣겠지만 이렇게 매번 문제단체가 있는 것보다는 없는게 낫다. 남가주 한국학원이라면서 학생은 없고, 이사들의 얼굴 내세우기, 명함 돌리기 용 이라면.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