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19일째인 22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이 조만간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 주(州) 완전 점령하는 것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난공불락이던 리시찬스크 턱밑까지 장악하며 우크라이나 군 포위 섬멸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우크라이나 군은 주요 병력을 남부 전선에 배치하는 등 러시아에 내준 남부 탈환을 위한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 등 동부 전선 사수의 어려움 속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군이 리시찬스크에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면서 “토시키우카를 점령한 러시아 군이 우스티니우카, 피딜스네, 미르나 돌리나 등 리시찬스크 주변 마을까지 점령했다”고 밝혔다.
하르다이 주지사는 “도시는 러시아 군의 항공기에 의해 포격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방어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며 “고 토로했다. 세베로도네츠크 상황에 관해선 “아군은 아조트 화학공장을 지킨 채 시가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루한스크는) 가장 험난한 지역이며, 러시아 군에 의해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동부 전선 상황에 관해 “러시아 군의 전술적 승리 위협이 있다”면서도 “아직 그들이 승리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은 이번 주부터 세베로도네츠크 내 아조트 화학공장에 고립된 우크라이나 군 잔여병력 소탕 대신 강 건너 쌍둥이 도시 리시찬스크 후방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루한스크 주 경계에 있는 리시찬스크를 먼저 장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러시아 군은 전날 리시찬스크에서 남동쪽 방면으로 48㎞ 가량 아래 떨어진 토시키우카를 완전 점령한 데 이어 북쪽 방향으로 3개 마을을 추가 점령했다. 우스티니우카, 피딜스네, 미르나 돌리나 등이다.
러시아 군이 점령한 추가 3개 마을은 리시찬스크까지 직선 거리로 10㎞ 내에 있다. 화력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유한 러시아 군의 타격권 내에 있다. 우크라이나 군의 최후 거점인 리시찬스크 후방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후방 보급 거점인 리시찬스크 방어선은 러시아 군에 의해 점점 더 옅어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군은 마리우폴 항복 이후 가장 힘든 한 주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CNN은 평가했다.
러시아 군은 또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곡물터미널 2곳을 공격했다.
러시아 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항구 인근의 캐나다 기업(비테라)와 미국 기업(분게) 소유의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 2곳을 타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비테라 측은 터미널에 화재가 발생해 직원 1명이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분게 측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터미널은 폐쇄했고, 이번 포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군은 이와는 별개로 미콜라이우 지역 민간인 건물에 미사일 공습도 감행했다.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미콜라이우에 7발의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센케비치 미콜라이우 시장은 “이번 미사일 공습으로 연료와 윤활유 자재를 다루는 민간기업 2곳이 파괴됐고, 2명이 부상 당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은 남부 헤르손 주(州)를 중심으로 러시아에 뺏긴 남부 지역 탈환을 목표로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NYT는 지난 21일 헤르손 주민들의 대피를 호소한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렇게 분석했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군에 뺏긴 남부 영토를 반드시 탈환할 것”이라며 “아군의 반격에 앞서 헤르손 거주민들은 이곳을 떠나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그동안 헤르손 등 남부 전선에 구축한 러시아 방어 진지를 조금씩 격퇴하는 공세적 반격을 진행해왔다.
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군이 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 등을 앞세워 남부 전선을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렉세이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 장관은 독일로부터 장거리 자주포를 제공받아 훈련 중이라는 점을 공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이 대규모 탈환에 나설 시점은 분명치 않지만 뺏긴 땅을 되찾기 위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흑해 전략 요충지 뱀섬(즈미니섬)을 타격했다는 것을 입증할 위성 사진도 공개됐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 남부작전사령부는 “러시아 군이 점령한 뱀섬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며 “다양한 병력을 동원한 조준 타격으로 러시아 군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사용해 어느 정도 규모의 피해를 입혔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었다.
미국 상업 위성사진 기업인 막사(MAXAR)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뱀섬 중앙과 동쪽, 남쪽 3곳 등이 화재로 까맣게 그을린 흔적이 역력히 나타나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은 러시아 육군의 판치르-S1(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의 복합 방어체계), 탐지 레이더, 장갑차 등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