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모스크바 공항에서 체포된 미국 여자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1일 모스크바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된 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편으로 편지를 보냈다고 AP통신 CNN등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덩크 슛의 여왕 그라이너는 대리인을 통해 백악관에 보낸 편지에서 “다시는 미국에 돌아가지 못할까봐 두렵다”면서 “저와 여기 있는 다른 미국인 수감자들을 절대로 잊지 말아 달라”고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그라이너의 대리인 린지 콜라스는 편지를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대부분은 프라이버시라며 밝히지 않았지만 손편지로 쓴 몇 줄은 대리인들이 공개했다.
“여기 러시아 감옥 안에 홀로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을 때면 내 가족, 친구, 올림픽경기의 성적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이 곳에 영원히 갇혀 있을 것 같아 공포에 떨게 된다”고 그는 썼다.
프로농구팀 피닉스 머큐리소속의 그라이너는 ” 7월 4일 독립기념일이면 베트남 참전용사인 아버지와 함께 미국의 자유를 위해 싸운 영웅들을 기리는 가족 모임을 가졌다. 지금은 내가 기리던 자유라는 것이 나에게는 이처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플 뿐이다”라고 그는 밝혔다.
러시아 검찰은 그라이너가 전자담배 통 안에 불법인 마리화나 오일을 몰래 숨겨 들어오다 공항에서 적발되었다며 마약 불법소지와 대량반입 혐의로 기소했다.
그라이너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미국 가족들과 친지들은 “그라이너의 인지도를 이용해 큰 석방 대가를 요구하려는 러시아의 정치적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5월 공식으로 그라이너를 해외 당국에 “억울하게 체포된 미국인”으로 분류하고 대통령이 선임한 ‘해외 인질 석방’특사와 함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형사재판의 피의자는 단 1%만이 석방될 정도로 풀려나기가 어렵다. 미국과 달라서 사면 후에도 이를 취소하고 다시 잡아 넣기도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는 4일 그라이너의 편지가 백악관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애드리언 왓슨 대변인이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 구금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브리트니 그라이너를 포함해 억울하게 구금하거나 포로로 잡은 모든 미국인들을 구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그라이너에 대해서는 미국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적극적인 방법을 다 동원해서 반드시 귀국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라이너의 팬들은 지난 4월 미 해군 제대군인 트레버 리드와 마약밀매 혐의로 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러시아 조종사와의 수감자 교환이 이뤄졌던 것처럼 그라이너도 맞교환으로 석방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미 국무부도 5월부터 그라이너를 잘못 체포한 인물로 지정하고 정부의 인질 교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라이너 외에도 러시아에서 부당하게 체포, 구속된 미국인은 많다. 전 해병대원이며 경비회사 팀장인 폴 휄런은 간첩혐의로 러시아 법정에서 16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